Page 16 - 2025년 04 월 10 일 온라인 매일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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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보
2025.04.10<목>
[김희은의 러시아 그림이야기 ]
바실리 막시모프
‘모든 것은 과거에’
묵묵히 바느질하고 있는 여인은
하녀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
래가 무채색으로 이뤄진 그녀. 지
금의 밝은 햇살이 고마울 따름이
지 지나간 과거를 떠올리며 추억
에 젖을 봄날은 없다. 오히려 머
리맡에 앉아 뜨개질 하던 지난
과거를 지우고 싶은 듯하다.
‘모든 것은 과거에’ 1889년, 바실리 막시 세월의 눈이 하얗게 내려 앉은 그들은 하
모프(1844-1911), 캔버스에유채 나의 사모바르(러시아 차주전자)에서 차를
트레챠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따라서 함께 마신다. 신분의 고하를 떠나
바실리 막시모프(1844-1911) 러시아 두 노인은 이미 서로를 의지하는 친구가
이동파 화가이며 풍속화의 대가이다. 되었다. 험난했던 인생의 골짜기 굽이굽이
주로 농민생활을 주로 그렸다. 대표작으로 마다 함께 견뎠을 그들이다. 세월은 누구
<농민의 결혼식에 온 주술사>, 에게나 평등하게 내려 앉는 것, 평생을 함
< 병든 지아비>가 있다. 께 해온 인생의 동반자로서 이 순리에 순
응하며 끝까지 생을 함께 할 것이다.
허공을 바라보는 노파의 시선엔 그리움이 인간으로서 서로를 다독이며 살아갈 것이
가득하다. 찬란하게 빛나던 젊음의 시간 다. 세월은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
속에 인생의 굽이마다 널려 있던 아련한 치를 조용히 가르친다.
사연을 떠올린다. 그런 그녀를 위해 햇살 이 한편의 그림에서 그들이 살아온 날들
은 아름다운 교향곡을 울려준다. 나이 들 을 반추하며 현재를 읽으며 그리고 함께
고 병들어 육신의 계절은 차디찬 겨울이 할 미래를 가늠한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지만 과거에 두고 온 젊음을 떠올리며 이 삶도 그들과 함께 그림 속에 투영된다.
렇게 또 하루를 견딘다. “그렇게 우린 그림에서 인생을 배우고, 삶
노파는 보라색 라일락이 만개한 화려한 을 느낀다.”
계절을 따라 타임머신을 타고 있다. 과거 ▲김희은-<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
를 아련히 표정엔 만감이 교차한다. >(써네스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