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곱슬고양이 김영희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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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을 맞대듯 영혼을 마주 대다 -

                            Facing the souls each other as cheek to cheek





































             (중략)
             눈의 여왕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 있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각상에서 가져온
             듯한  눈 코 입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녀의 성에 어떤 새도 어떤 동물도 찾아들지 못할 만큼,
             그녀는 차가운 여자였어요. 물론 사람들도 얼음의 성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죠. 그런 그녀의 성에
             유일하게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어요. 얼음의 성을 깎고 다듬어 사계절 내내 아름답게 빛나도록 해주는

             조각가였어요.
             (중략)
             조각가는 자신의 왼쪽 뺨을 조심스럽게 겨울여왕의 왼쪽 뺨에 갖다 댔어요. 그녀의 뺨이 너무 차가워서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그의 왼쪽 뺨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열기가 그녀의 차디찬 왼쪽 뺨으로 흘러들어 갔어요. 차가운 냉기가
             용암이 들이부어진 듯 녹아내리기 시작했어요. 오랜 시간 굳게 얼어붙어 있던 신경과 근육들 사이사이로
             그의 용암같은 열기가 피처럼 맹렬히 돌아다니며 그녀의 얼굴을 해방시켰어요. 오랜 세월 굳게 잠겨
             있던 감정의 호수와 골짜기 사이사이로도 그의 태양 같은 온기가 파도처럼 거세게  소용돌이치며 그녀의

             영혼을 자유롭게 했어요. 기쁠 때는 맘껏 웃고 슬플 때는 맘껏 울 수 있는 아이와 같은 아름다운 얼굴을,
             눈의 여왕은 비로소 갖게 되었어요.



             Tourmaline, Ruby, Sapphire & 18K 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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