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곱슬고양이 김영희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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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세공사는 왕자의 마지막 흔적을 눈으로라도 어루어만지러 용광로를 찾았습니다.

             자신이 정성스럽게 조각했던 왕자님의 모든 것들이 허무하게 녹아버렸고 제비의 모습도 형체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쓰디 쓴 눈물을 훔치던 세공사의 눈에 잿더미 속에서 언뜻 무지개 같은 것이
             어른거리는게 보였습니다.



             아... 이 보석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요.
             레드와 그린 그리고 브라운과 블루가 오묘하게 서로의 몸을 부딪히며 뿜어내는 오로라라니. 세상
             온갖 보석들을 들여다보고 만졌던 세공사조차 생전 처음 보는 진귀한 보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모양과 크기가 자신이 왕자의 동상에 심장으로 만들어 넣었던 암모나이트와

             흡사하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실은 보석 세공사만 간직하고 있던 비밀이 있었습니다. 행복한 왕자의
             동상 속에 들어간 심장의 정체는 사파이어나 루비보다 진귀한 어떤 보석이 아니라 '암모나이트'라는
             화석이었답니다.



             혹시라도 왕자의 동상이 파손되거나 잘못된다 해도 심장을 도둑마지 않도록, 보석 세공사는 왕자님의
             동상을 조각하고 보석을 장식할 때 왕자의 심장만은 가치가 없는 무채색 암모나이트로 만들어 넣었던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암모나이트'가 용광로 속에서 고열이 가해지면서 기적이 일어났던 겁니다.
             왕자님의 희생과 제비의 사랑과 보석 세공사의 소망이 하나로 뒤엉키면서,  오랜 세월과 거대한 압력과

             높은 열이 만나야만 생성된다는 '암몰라이트'가 탄생된 것이지요.


             이 신비스러운 보석의 틈새로 세공사가 엿본 천국에는 천사가 된 행복한 왕자님이 있었고,
             왕자님의 어깨 위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지저귀고 있는 아무 걱정 없는 제비가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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