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교화연구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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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호 교수는 첫 졸업생을 배출하기 전에 청구대학의 전임교수가 되어 학교
로 돌아갔다. 강창호 교수는 종단의 종헌을 제정하는 데도 크게 기여한 적이 있
었으며 학교 설립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나 그의 장래를 위하여 대종사
께서는 그를 마냥 학교에 붙들어 둘 수는 없었다.
대종사께서는 원오제, 실상행 전수 등 쟁쟁한 스승들이 배출된 강교수 집안
을 신뢰했으며 특히 그의 밝은 사리 분별심과 총명함을 신뢰하였다.
학교에 수도(우물) 공사를 하려고 할 때 당시 관공서에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허가 얻기가 어려웠다. 강교장이 관공서를 찾아 뛰어다니면서 가까스로 허가를
얻어 냈는데, 마침 대종사께서 학교에 오시자 강교장이 자랑삼아 수도 공사를
하게 되었음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대종사께서는 『강교장, 정진해 보셨습니
까?』하시는 것이었다.
정진이라니, 학교의 수도관 하나 고치는데 대종사께서는 무슨 불공을 했느
냐고 물으시는가. 강교장은 뜻하지 않은 대종사의 일침에 내심 민망하기도 하
였다.
강교장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대종사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강교장, 우리는 불사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확
실하다고 생각되는 일일지라도 가능한 한 부처님께 여쭤보고 하는 것이 원칙
입니다. 수도 공사는 필요하면 해야 하는 것이지만, 종단의 일을 하는 자세는
늘 법문을 먼저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종사께서 지금 강교장에게 말씀하시는 것은 현증법(顯證法)을 의미하시는
것이었다. 현증법이란 진언행자들이 어떤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할 때 요행이
나 자기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고 법신부처님 앞에 정진하여 그 객관적인 법을
증득해 보는 대종사 고유의 독특한 신행법이었다.
대종사께서는 종단의 대소사를 이 현증법을 보고 결정하였다. 실제로 대종
사께서는 심인중학교 새 건물이 완공되어 낙성식을 성대하게 하려고 하였으나
법문이 좋지 않게 나오자 낙성식 자체를 취소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고민하게 된다. 그럴 때 지식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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