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교화연구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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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를 곱게 자라게 한 명약
기다림이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있을까?
옛날 어느 나라 왕에게 공주가 태어났습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보고 또
보아도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는 고운 아기였습니다. 그렇게 아기를 들여다보
다가 불현 듯 왕에게 궁금증이 일어났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귀여운데 자라나
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갑자기 왕은 다 자라난 공주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아기를 바라보며 엉뚱한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아기를 순식간에 자라게 할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
을까.’ 왕은 세상의 어떤 것도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력자입니다. 그는 즉시
주치의를 불렀습니다.
“약을 지어 오너라. 당장 내 눈 앞에서 훌쩍 자라게 하는 그런 명약을 구해오
란 말이다.”
의사는 난감했습니다. 세상에 그런 약은 없는 법이지요. 하지만 왕은 당장 눈
앞에서 효과를 보겠다며 의사를 재촉하였습니다. 의사는 고민 끝에 이렇게 말
했습니다.
“예, 분부대로 그 약을 구해오겠습니다. 그러나 약을 지금 당장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공주님을 모셔가서 그 약을 쓰겠습니다. 시간이 좀 걸
릴 수도 있습니다. 단, 그 약이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공주님을 만나서는 안 됩
니다. 그때까지만 보고 싶어도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약을 써서 곱게 자란 공주
님을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왕은 약속했습니다. 공주가 보고 싶어도 꾹 참았습니다. ‘그 약만 먹이면... 그
약만 먹이면...’ 의사는 먼 지방으로 약을 구하러 떠났다고 핑계를 대고 12년 동
새김거리 ┃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