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교화연구 2021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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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단순히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이 미비함만은 아니다.
코로나19의 해법으로서의 무아봉공
코로나19 사태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무자비한 환경파괴와 이기적 욕심이 불러온 인과의 결
과이다. 하지만 이는 일원상 진리의 또 다른 모습이다. 우주만유가 하나의 생명이며 은혜임을 알
지 못한 어리석음을 깨달아, 생태환경과 우리 삶에 대한 자각이 요구된다. 일찍이 문명의 대전환기
에 소태산 대종사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했고, 정산종사는 ‘마음공부로 새 세상
의 주인이 되라’고 했고, 대산종사는 평생 ‘조불불사(造佛佛事)’를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인간의 탐
욕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때, 결국 해법은 우리들 마음에 무아봉공의 실천적 자세가 요구된다. 원
불교봉공회는 코로나19로 서울역 노숙인과 쪽방촌에 수요일마다 도시락을 나누고 있다. 한때는
소방공무원들에게 밥차를 제공하고, 면 마스크를 만들어 마스크 양보하기 운동에 동참했다. 봉도
청소년수련원은 강북구가 지정한‘안심숙소’로 선정돼, 외국에서 들어온 입국자의 가족들에게 저
렴한 비용으로 숙소를 이용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했다. 수련원 이용이 전무한 상황에서 자리이타
이자 무아봉공을 실천한 사례이다. 성주 소성리에서‘평화’운동을 하면서 교류하게 된 일본의 젠코
(ZENKO=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전국시민연대)에 마스크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성금을 모아 마
스크를 보내기도 했다. 모두 봉공을 행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교화방법 모색
코로나19가 촉발된 위기는 자본주의의 극단적 결과이며,‘기후위기’와‘사회 양극화’라고 본다. 이
를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더 크고 가혹한 위기가 닥칠 것이다. 코로나19는 종교계나 우리 사회
에 변해야 한다는 큰 가르침과 기회를 줬다. 특히 종교계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교
화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 훈련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상시훈련이
중요한 시대다. 앞으로 교단은 중앙집권체제에서 교구중심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변화하는 사회에 기여할 수 없다. 그리고 미래 종교는 다양한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대중의 관심도가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재가출가가 합력해야 가능하다. 코로나
19 이전 같은 시스템으로는 교화도 봉공회 활동도 어려워질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시대화 생활
화 대중화의 가르침이 무색할 정도로 아마추어 아날로그식 성직자 중심의 종교가 아닌지 반성해
야 한다. 지난 4월에 기후위기를 당해 원불교환경연대가 ‘불을 끄고 마음을 켜다’라는 천지보은 15
분 기도를 진행했다. 대면하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이 연결돼 온라인상에서 함께 기도를 올렸다. 비
대면 시대가 되면서 교도들이 가정에서 법회를 보고 있다. 일방적 설교에서 문답형식의 온라인 법
회로 문호를 열어야 한다. 다양한 콘텐츠 교화로 전환해야 한다.
새김거리 ┃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