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교화연구 2021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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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훔친 남자
부유한 집안에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아들이 자라 청년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습니
다. 아들은 어머니에게서 집안의 재물을 대부분 물려받아 분가했습니다. 그런데 청년은 색욕에 빠
지고 말았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행복하게 가정을 이루고 살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유
곽의 여인을 만나 육체적 쾌락에만 탐닉하게 된 것입니다.
유곽의 여인은 자신의 성적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 청년에게서 매번 상상을 초월하는 돈
을 요구했습니다. 성적 쾌락에 빠져버린 청년은 하룻밤의 쾌락을 위해 물려받은 재산을 내어가기
시작했고 결국 빈털터리가 됐습니다.
여인은 알거지가 된 청년을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청년은 날마다 그녀를 찾아가 애원했
지요. 청년이 너무나도 간절하게 애원하자 여인이 말했습니다.“좋아요. 정 그렇게 날 원하면 아름
다운 꽃 한 송이를 사가지고 와요. 그러면 당신에게 하룻밤의 즐거움을 안겨줄게요.”
꽃 한 송이만 사다주면 하룻밤의 쾌락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청년은 하늘로 날아오를 것
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부푼 가슴은 금세 꺼지고 말았습니다. 자신에게는 단 한 송이 꽃을 살 돈
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청년은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래도 자신과 만나주겠다고 하지 않던가요. 꽃
한 송이만 가져가면 되는 것입니다. 어디에서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구할 수 있을까요? 골똘히 생
각하던 청년은 손뼉을 쳤습니다.‘그래, 바로 거기야. 부처님 탑 안에는 언제나 귀하고 아름다운 꽃
이 올려 있잖아. 그곳에서 한 송이만 빼내오면 되는 거야.’
그날 밤 청년은 탑 안으로 숨어 들어갔습니다. 탑에는 사람들이 부처님께 믿음으로 올린 고운 꽃
들이 한 가득이었고, 청년은 그중에서 아주 싱싱하고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집어서 탑을 빠져나갔
습니다. 평소 보지도 못했던 아름다운 꽃을 받은 여인은 청년에게 약속대로 하룻밤의 쾌락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청년은 아주 불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습니다. 밤새 온몸이 가려워서 계속
긁어댔는데 아침에 확인해보니 몸 전체에 종기가 자라나 있었고, 어떤 것은 터져서 누런 고름이 흘
러내려 굳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가려움이 가라앉지 않아서 계속 긁어대야 했지요. 유곽에서 간신
히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청년은 온종일 온몸을 긁어댔습니다. 긁은 자리는 피가 맺혀 흘러내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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