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교화연구 2021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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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스러운 교육법일 수도 있겠구나 싶더군요.

                  인터뷰를 하다가 제가 밑줄을 긋고 싶은 두 대목이 생겼습니다. 하나는 어설프게 날갯짓을 하다
               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새끼 새입니다. 또 하나는 새끼 침팬지가 둥근 돌 위에 견과류를 놓다가 자

               꾸만 굴러 떨어지는 장면입니다. 두 장면은 새끼들이 하는 실수의 광경이고, 시행착오의 광경이고,
               더 깊이 말하면 고통의 광경입니다.
                  그런데 어미 새와 어미 침팬지는 그걸 묵묵히 지켜보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그런 실수와 시행

               착오, 다시 말해 그런 고통이 온전히 자식의 몫이 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결정적으로 여기서 갈
               리더군요. 자연은 하는데, 인간은 하기 힘든 지점 말입니다. 자연이 하니까, 인간도 해야 할 지점 말

               입니다. 자연에게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육법 말입니다.

                 최재천 교수는 자식 교육에서 필요한 게 “아름다운 방황과 따뜻한 방목”이라고 말했습니다. 부

               모는 대부분 “방황=고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식의 삶에서 그걸 없애주려고 애를 씁니다. 최 교
               수의 답은 달랐습니다.


                 Q 자식이 방황하는 걸 좋아하는 부모가 있습니까. 자식의 방황을 사전에 방지하려고 다들 애쓰지
               않나요.
                 “저는 학생들에게 특강을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황하라’고 말합니다. 그냥 방황하지 말고, 아

               주 열심히 방황하라고 합니다. 그걸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으라고 말합니다.”


                 Q 부모는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아이들이 방황할 때 못 하게 하면 곤란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방황할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합니
               다. 저는 그걸 ‘방목’이라고 부릅니다.”



                 Q 방목을 하다가 아이가 절벽으로 떨어지면 어떡합니까.

                 “그래서 방목을 하되, 따듯한 방목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하는 방목이 아닙니다.”


                 Q ‘따뜻한 방목’이라, 그게 뭔가요.

                 “비유하자면 조금 넉넉한 길이의 개 줄이 필요합니다. 고작 1미터짜리밖에 안 되는 것 말고요.
               아이를 꽉 붙들어 매지 마시고 넉넉하게 매 놓았다가 행여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줄을 당기
               셔야 합니다. 관심을 갖되 안 보는 척하며 곁눈질로 항상 주시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부모들

               은 개 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수갑을 채워서 다니지 않나요. 그건 방목이 아니라 사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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