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교화연구 2021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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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진화생물학자입니다. 그는 평생 동물과 식물의 삶을 관찰하고 연구
하며 살아왔습니다. 다시 말해 거대한 자연을 연구하며 살아온 셈입니다. 인간도 사실 자연의 일부
입니다. 자연으로부터 뚝 떨어진 인간의 삶이 과연 가능할까요. 그래서 그에게 물었습니다. “자식
을 어떻게 키워야 합니까?”
최 교수는 생물학자답게 ‘새’를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새가 나는 걸 가르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어미 새가 아기 새를 가르치는 장면 말입니다.
Q 어떻게 가르칩니까.
“어미 새는 ‘이렇게 날아라’ 혹은 ‘저렇게 날아라’하면서 새끼 새에게 간섭하지 않습니다.”
Q 간섭하지 않는다고요? 그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습니까.
“그냥 어미 새가 여기서 저기로 ‘후루룩’하고 날아갑니다. 그걸 보고서 새끼도 따라 합니다.”
Q 처음부터 새끼가 날 수 있을까요. 나무에서 떨어지는 새끼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그럼 나무 위로 다시 올라가 공중에 자신의 몸을 던지는 겁니다. 서부 아프리카의 침팬지도 마찬가
지입니다. 견과류를 깨 먹을 때 말입니다. 어미는 돌로 쳐서 깨 먹는 걸 새끼에게 보여줍니다.”
Q 그럼 새끼 침팬지는 어떻게 합니까.
“새끼도 아무 돌이나 주워서 따라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진 않습니다. 견과류를 올리는 받
침돌도 처음에는 평평하지 않은 걸 고릅니다. 그래서 열매가 자꾸 굴러서 떨어집니다. 여기서 어미
침팬지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Q 어미 침팬지는 어떤 태도를 취합니까.
“새끼가 제대로 못 한다고 절대로 짜증을 내지 않습니다. 보
다가 답답해서 대신 견과류를 깨주지도 않습니다. 대신 무한한
인내심으로 새끼와 함께할 뿐입니다. 제대로 못 한다고 새끼
를 내치는 법도 없습니다.”
새와 침팬지의 교육법을 듣다가 생각났습니다.
“아, 이건 자연이 자연을 가르치는 방법이구
나.” 사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그러니
자연이 자연을 가르치는 방식이야말로 가장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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