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교화연구 2021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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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가 무엇이냐고?


                    그릇이나 씻어라

















                 진적선사(眞寂禪師)가 처음으로 방장이 되었을 때, 어느 선사가 묻습니다.
                 “제가 듣건대, 석가모니께서 설법을 시작하셨을 때는 황금빛 연못이 땅에서 솟아나왔다고 합니
               다. 오늘 스님께서 취임하시는 마당에 무슨 상서로운 조짐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진적선사가 답합니다.
                 “문 앞의 눈을 쓸었네”
                 방장 취임하는 날 아침에, 황금빛 연못이 땅에서 솟아나는 정도의 신기한 이적을 도모하지 않

               고 차라리 문 앞의 눈을 쓰는 일상의 잡다한 일을
               합니다. 종교적 진실은 교리나 기적에 있지 않고,

               구체적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잡다한 일 속
               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리는 이
               세상을 벗어나 있지 않아요. 진리의 세계를 따로

               구축하고 추종하지 말라는 뜻일 테지요. 불교에
               서‘상’을 짓지 말라는 말도 관념의 세계를 구축하

               지 말라는 말이지요. 무소유도 세계를 관념화하여
               붙잡지 말라는 뜻입니다. 왜 그럴까요? 관념의 세
               계는 진리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리는‘저기’

               있지 않습니다. 바로‘여기’에 있습니다.
                 중국 위앙종(僞仰宗)의 창시자인 위산선사(潙
               山禪師)와 앙산선사(仰山禪師)가 나눈 대화도 유

               명합니다. 제자인 앙산이 하안거를 끝내고 스승인



                                                                                새김거리   ┃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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