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교화연구 2021여름호
P. 79
견뎌냈다면 단단해져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것이어서, 갈수록 늙고 수시로 아파야 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먹고
있다는 것이어서, 먹으려면 일을 해야 하고 다시 먹을 수 있을 때까지는 인내해야 한다. 존재한다
는 것은 노출돼 있다는 것이어서, 누구든 와서 반드시 괴롭히게 되어 있다. 내가 서 있는 한, 내 쪽
으로 바람도 불어오고 화살도 날아올 수밖에 없는 법이다. 이처럼 살면서는 어려움이 없을 수 없
다. 살아있다면 운명이다. 어쩔 수 없으므로, 기회라면 기회다.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어떻게 피해야 합니까?”
“마침 잘 됐다”
어려움은 힘이 세어서 사람을 쉽게 무너뜨린다. 살아남아야겠다는 악착만 남아서 옹졸해지고 구
차해진다. 낙담하고 변명하고 회피할 때, 나는 두 발로 걷는다지만 네 발로 걷는다 해도 할 말이 없
다. 큰 어려움일수록 힘이 더 세어서 사람을 아예 부수어 버린다.‘내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절감
하게 되고 무릎 꿇게 된다. 번번이 깨지니까 그중에 한 번 쯤은 깨치기도 한다.‘아무것도 아니어야
만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겠구나’생각하게도 된다.
어려움은 정이 많아서, 잊을 만하면 내게 찾아온다. 버텨내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면서, 뼈가
으스러지도록 껴안아 위로해준다. 실습으로 가르쳐주니까 이해가 더 잘 된다. 그래도 목숨까지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게 어려움의 습성이자 예의다.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견뎌냈다면, 분명히
단단해져 있다. 끊임없이 닥쳐오는 고난 덕분에, 언제든 새로운 삶을 맞이할 수 있다. 막상 지나고
나면, 왠지 이겨내 있다. 낮이 올 거라며, 밤이 먼저 온다.
- 장웅연의‘나는 어제 개운하게 참 잘 죽었다’중에서 -
새김거리 ┃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