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교화연구 2021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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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방목이 아니라 사육을 하면 어떤 문제가 생깁니까.
“자식 농사를 사업에 비유를 해볼게요. 자식을 낳고 키워서 ‘제품’을 만들어 사회에 내보내는 거
라고 합시다. 그런데 사육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리 잘해도 남들과 비슷한 놈밖에 못 만듭니
다. 그걸 원하면 계속 사육을 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기가 막힌 제품’을 한번 만들고 싶다면 어떡해
야 할까요. 방목을 하시라는 말입니다. 닭도 풀어 키운 놈이 쫄깃하고, 배도 벌레 좀 먹어도 밖에서
자란 게 기막히게 맛이 답니다.”
듣다 보니 역시 관건은 ‘고통’입니다. 자식이 겪게 될 방황, 다시 말해 자식이 감당할 고통을 과연
부모가 지켜볼 수 있을까. 이 문턱을 넘어서려면 ‘고통’이 무엇인지, ‘고통’이 자식 교육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겠더군요. 그걸 모르면 새끼가 날려고 할 때마다 어미 새
가 개입하고, 새끼 침팬지가 견과류를 빻을 때마다 어미가 받침돌을 골라 주려고 할 테니까요.
Q 대부분 부모가 자식이 ‘고통’을 맛보는 걸 싫어합니다.
“가령 뜨거운 주전자를 만졌다가 손을 데었어요. 그럼 다시 안 만지게 되죠? 만약 이때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손을 난로 위나 장작불 속에도 집어넣겠죠. 결국 다 타 버리는 겁
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고통은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꼭 필요한 겁니다.”
Q 진화의 관점에서 보는 고통, 어떤 건가요.
“지구가 생겨난 이후 자연환경은 끊임없이 변해 왔습니다. 지구의 기온이 뚝 떨어지는 빙하기가
올 수도 있고, 거대한 화산 폭발로 지각 변동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크게 혹은 작게, 자연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이런 변화가 모든 생명체에게 큰 위협입니다. 그때마다 생명체는 고통을 느
낍니다. 나의 몸과 자연의 몸, 둘 사이에 생기는 간격 때문입니다. 이런 고통 속에서 간절함이 생겨
납니다.”
Q 어떤 간절함인가요.
“살아남기 위한 간절함입니다. 가령 강물에는 먹이가 없고, 육지에만 먹이가 있어요. 그럼 물고
기에게는 간절함이 생깁니다. 땅으로 올라가 먹이를 먹으려는 간절함입니다. 물고기의 몸과 마음
을 관통하는 그런 간절함이 결국 진화의 방향을 설정하지 않았을까요.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땅 위
를 걸을 수 있는 앞발로 변하게끔 말입니다.”
결국 고통은 간절함을 낳고, 간절함은 우리를 진화하게 하는군요. 자식 교육에서도 마찬가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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