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오산문화 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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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여유
許蘭雪軒(허난설헌)
去年喪愛女(거년상애녀) : 지난해에는 사랑하는 딸을 여의고
今年喪愛子(금년상애자) :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哀哀廣陵土(애애광릉토) : 슬프고 슬픈 광릉 땅에
雙墳相對起(쌍분상대기) : 두 무덤이 서로 마주 보고 서 있구나.
蕭蕭白楊風(소소백양풍) : 하얀 버드나무 가지에 바람은 쓸쓸히 불고
鬼火明松楸(귀화명송추) : 도깨비불은 솔, 오동나무 숲에서 반짝인다.
紙錢招汝魄(지전초여백) : 지전으로 너의 혼을 부르며
玄酒尊汝丘(현주존여구) : 검은 술을 받들어 너의 무덤에 붓는다.
應知弟兄魂(응지제형혼) : 남매의 혼은 서로 알아보고
夜夜相追遊(야야상추유) : 밤마다 서로 좇으며 노닐 거야.
縱有腹中孩(종유복중해) : 비록 뱃속에 어린아이가 있다지만
安可冀長成(안가기장성) : 어찌 편안히 장성하길 바라겠느냐
浪吟黃臺詞(낭음황대사) : 황대사를 읊으며 흐느끼노라
血泣悲呑聲(혈읍비탄성) : 피눈물 슬픈 소리를 삼키노라
결혼 후 27세의 나이로 죽기 전까지 난설헌의 모 물일곱 송이의 연꽃이 바로 스물일곱 살의 난설
든 것은 죽음과 상실뿐이었다. 그녀가 스물일곱 헌 자신을 나타낸 것은 아니었을까! 마지막 시구
살의 짧은 삶을 마감하기 전에 지은 夢遊廣桑山 인 달밤 찬서리에 붉게 떨어진(紅塵月霜寒홍진월
詩(몽유관상난시)를 보면 세 번째 행에 芙蓉三九 상한)연꽃은 이미 예견했던 스물일곱 난설헌 자
朶(부용삼구타: 스물 일곱 송이 아름다운 연꽃) 신의 죽음은 아니었을까!
라는 시구가 나온다. 거기에 나오는 아름다운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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