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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무속과 민간신앙
고병철│한국학 중앙연구원 수석연구원
제1절 무속과 민간신앙 개설 1)
무속(巫俗)과 민간신앙(民間信仰)은 별개일 수 있지만, 무속을 ‘전문적인 민간신앙’으로 본다면 중
첩된 영역을 갖는다. 여기에서는 서술을 위해 무속을 주로 무속인 중심의 종교 현상, 민간신앙을 민
간에서 종교 조직과 무관하게 전승되고 민족적 특성이 강한 신앙을 가리키는 용어로 구별한다.
무속의례는 신앙 대상과 신자, 그리고 양자를 연결하는 무당을 기본 요소로 하며, 규모에 따라 ‘큰
굿’과 ‘작은 굿 또는 비손[손빔, 비념]’으로 구분된다. 큰 굿은 여러 무당이 신에게 제물을 올리고 재비
2)
(악공)의 무악에 맞추어 무복(巫服)을 입고 가무와 실연(實演)을 하는 대규모 형태이고, 비손은 한 명
의 무당이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가무 없이 앉아 축원하는 소규모 형태이다. 큰 굿은 서서 하므로 ‘선
굿’, 소규모의 비손은 대체로 앉은 채로 하므로 ‘앉은굿’이라고도 한다. 동제인 ‘당굿’과 같이 규모가
큰 의례는 큰 굿 형태를, 기자(祈子)·치병·재수발원 등은 굿뿐만 아니라 비손 형태를 띤다.
무속의례를 규모가 아니라 목적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다. 그에 따르면, 무속 의례는 무당 자신을
위한 신굿인 무신제(巫神祭), 특정 민가를 위한 가제(家祭), 마을 공동체를 위한 동제 등 세 가지로 대
별된다. 이 가운데 무신제에는 강신제(降神祭, 成巫儀禮 : 내림굿·신굿·명두굿·하직굿 등), 그리
고 신의 영험을 주기적으로 재생시켜 무당의 영험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봄·가을에 하는 축신제(祝
神祭 : 진적·꽃맞이굿·단풍맞이굿·대택굿·신령굿·신질바르는굿 등)가 있다. 그에 비해 주민이
마을의 액을 막고 풍농이나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마을 수호신[洞神]에게 정성을 모아 봄·가을에 주
오산시사 기적으로 행하는 동제는 내륙지역과 해안지역에서 차이를 보인다. 내륙지역에서는 당굿·도당굿·
서낭굿·부군당굿·별신굿 등, 해안지역에서는 풍어제·용신굿·연신굿·서낭[船王]풀이·별신굿
등이 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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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무속 항목, 민간신앙 항목, 굿 항목.
490 2) 굿의 범주에는 넓게는 호남·영남지역의 동신제(洞神祭)나 농악의 풍물(‘메굿’ 또는 ‘굿친다’)을 포함하기도 하고, 좁게는 무속의 제의에
국한하여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