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오산문화총서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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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가? 잘라 말하면 현재 ‘독산성’이란 이름이 불리지 않고 ‘세마대’라는 지명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에서 확인했듯이 독산성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매우 소중한 공
간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독산성(독성 혹은 독성산성)이란 이름은 80회 이상 등장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정조시대의 문화유산은 세계적이다. 올해(2017년 10월) 정조의 명으로 편찬된 <무예도보통
지>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지난 해 북한이 세계기록유산으로 신청했다는 소식
27)
을 접하고 뜻있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공동 등록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북한이 단독으로 등재하여 아쉬움이 남지만 정조시대의 기록문화가 빼어남을 입증하는 사건이
28)
다. 유네스코에서 <무예도보통지>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까닭은 종합성과 보편성이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무예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우수한 무예를 두루 아우르
고 있기 때문이다. 1795년 혜경궁의 회갑연 때 이루어진 행사를 기록한 <을묘원행정리의궤>와
화성을 축성에 관한 공사보고서인 <화성성역의궤>는 조선왕실에서 편찬한 의궤 중에서도 수작
으로 꼽힌다. 이러한 문화적 역량을 갖춘 시대에 독산성과 남한산성이 개축되고, 화성이 건설되
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문화유산 12가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세 가지가 정조와 직접 관련된 유적이다. 독산성은 세계인들이 공감할 풍부한
이야기와 환경을 갖춘 세계적 유산으로서의 자격과 조건을 갖춘 곳이다.
27) 오산이 지역구인 안민석 국회의원과 김준혁 한신대학교 정조교양학부 교수 등이 지난 2016년에 무주 태권도대회에 참석한
북한의 장웅 IOC위원에게 공동으로 등재하자는 제안서를 전달한 사실이 있다.
28) 2017년 11월 1일자 거의 대부분의 일간지에서 <무예도보통지>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사실을 알리고 있다.
독산성에 깃든 부국강병의 꿈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