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4년 04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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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불 꺼진 집


        글 : 장소영 (수필가)

















































        운동을 다녀오며 가끔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본다. 불빛이 새어나오는 집        마른 상태였음이 취재 결과였다.
        들이 따사로운 감정을 일으킨다. 하지만 사이사이 초저녁을 지난 시간인데도
        어두컴컴 불이 꺼져있는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도 귀가하지 않은 집들을       경쟁적 문화가 너나할 것 없이 외향적 발전에만 신경을 쓰게 한다. 정신적 여
        보면 이 시대에 집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유를 가질 틈이 없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구심점이 없는 가정이 붕괴되면
                                                        그 다음은 사회의 붕괴일 것이고 더 나아가 국가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집, 우리 집. 나이가 들어도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우리 집’이 주는 편안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음이다. 이를 알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회구
        함과 그리움으로 마음이 고즈넉해진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우스갯소리        조와 정치권도 문제지만 제도적 문제만을 탓하기에는 개개인의 노력도 점검
        도 괜히 나온 말이 아님을 안다. 설레서 떠난 여행길에서든 타향살이가 힘들       해 볼 필요가 있다.
        때든 집을 떠올리면 마음에 안식이 든다. 원래 집은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
        지 않던가?                                          홀로 사회 변화를 역행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예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중요
                                                        하게 여긴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오랜 세월을 거쳐 온 가족이 함께 밥을 먹
        ‘거리의 아이들’이란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적이 있다. 가출을 해 일정한 주거      는 자리에서 인성, 예절 등에 대한 교육을 해 왔다. 이 양육방법은 동서를 불
        지 없이 방황하다 범죄에 빠지거나 인신매매를 당해 유흥가에 몸을 담기도 하       문하고 다를 게 없다.
        는 등, 상상 이상의 생활이라 충격이 컸다. 마치 풍랑에 휩쓸려 제 위치를 잃어
        버린 부표들 같았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니 대부분 따뜻한 가정에 목       식구들이 복닥복닥 모여 앉으면 식탁에 된장찌개와 김치만 있어도 맛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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