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전시가이드 2021년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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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Blooming #4_60cm_natural lacquer, gold leaf on wooden panel_2020
2021. 2. 19 – 3. 4 갤러리내일 (T.02-391-5458, 새문안로)
전인수 초대전 가면서, 우리의 생활모습, 습관들도 많이 바뀌어가며 하나 둘씩 사라져 지금
은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패스트푸드,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는 이 시대에
옻칠그림이란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옻칠은 기다림
글 : 전인수 작가노트 의 미학이다.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옻칠이 그러한 것 같다.
마음이 급해 서두르면 그르치기 십상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 작업만해
나는 과거 없이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 도 20번 내외의 칠하고 갈아내는 등 여러 공정이 반복된다. 그러한 작업을 거
이 잠재되어있었기 때문이었을까? 한국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미국에 13년 치면서 그 위에 그려질 그림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작업을 해 나간다. 옻칠
이라는, 내 인생에 있어 길다면 길수도 있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기간이지 은 너무나도 솔직하다. 더도 덜도 없이 내가 한 만큼만 보여준다. 거짓이 없다.
만, 그 기간 동안 나 스스로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이 참으로 많다. 특히 우리 ‘ 그래서 힘든 작업이지만 하면 할수록 그 매력에 나 자신도 빠져드는 것 같다.
한국의 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을 하게 되고 애착을 느끼게 된 것은 사실이다. 나 또한 작업을 하면서 나의 작업에 대해 매우 솔직해진다. 옻칠은 자연 그 자
전통이 고루하고 진부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에서 수천 년을 내 체이다. 옻나무에서 어렵게 얻어진 수액으로 그려지는 옻칠 그림은 그림을 그
려온 옻칠(natural lacquer)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 리는 계절과 날씨, 온도,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경화되기 때문에 나 자
할까? ‘옻칠로 그림을?’ 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이 든다. 예로 신도 예전에는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었던 자연환경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
부터 우리 선조들은 옻칠의 내구성과 우수성을 알기에 무기, 건축물, 가구, 집 하게 된다. 미세한 환경변화에 솔직하게 반응하며 보여주는 나의 그림과 나는
기류 등 상류층의 전유물로 많이 사용되었다. 우리 조부모님, 부모님 세대에는 작업이 시작되면서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서로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한
흔히 옻칠을 사용한 자개장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구문화가 급속도로 퍼져 단계 한 단계, 차곡차곡 쌓아 나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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