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전시가이드 2025년 12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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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마감-매월15일 E-mail :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C. Yang Jaemoon
아리를 스쳐 지나가며 시간과 존재의 향기를 남긴다. 음’을 증명해온 그는 이제 조용한 고백의 시선을 남긴다. 달항아리의 고요 속
에서 우리는 그가 살아낸 시간, 그리고 그 시간에 스며든 인간의 숨결을 느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양재문의 《비감소월》에는 존재를 향한 다. 달항아리의 여백은 말을 대신해 숨의 흔적을 남기는 공간이 된다. 그 표면
자기 고백적 성찰과, 세계로 향했던 시간과 기억을 연민의 눈으로 되돌아보 을 스쳐 지나간 빛은 그 숨의 결을 담아내며, 인간의 온기를 전한다. 이렇게
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그의 사진은 인간의 온기를 품고 있기에, 슬픔을 완성된 달항아리 사진들은 인간의 삶이 얼마나 연약하면서도 아름다운지를
머금으면서도 따뜻하게 빛난다. 양재문은 더 이상 무엇을 증명하려 하지 않 보여준다. 《비감소월》의 작품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관람자의 마
는다. 그는 그저 조용히 “나는 여기 있었다.”는 사실을 달항아리 여백 위에 남 음이 조용히 귀 기울일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을 남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
긴다. 그리고 그 여백을 통해 스스로를 바라본다. 시간과 기억을 투영하는 그 서, 달항아리는 다시 한 번 한국인의 마음과 만나는 순간을 만든다. 생각을 말
의 행위는 삶의 의미가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 존재함을 말해준다. 그의 달항 하지 않고도 남는 것. 말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이미 남아 있는
아리는 어떤 정답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힘을 내려놓은 뒤 손끝에 남은 것. 양재문의 이번 작업은 바로 그 잔존의 조용한 형식이다.
마지막 체온처럼, ‘존재의 잔향(殘響)’을 고요히 기록한다. 평생 사진으로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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