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전시가이드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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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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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내는 안개처럼, 보았음 직한 풍경 위에 볼 수 없었던 풍경이 뒤섞여 그것을     의지대로  그것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물감이  자연스럽게
            모호하게 지우는 환영처럼, 본 것은 볼 수 없었던 것에 의해, 그려진 것은 그려지지   스며들고  확산하도록  길을  열어두고  기다린다.  이는  동양화에서의  묵(墨)의
            않은 것에 의해, 풍경은 더욱 다중적으로 깊어간다. 완성된 것과 미완의 것 사이를   기법과 맥을 같이하는 지점이다. 스며든다는 것은 바탕을 이루는 재료의 특성을
            가득 채우는 여백에 의해 최종적으로 드러나는 풍경은 좀 더 다차원적인 위상을      따라 물감이 자연스럽게 흘러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묵이 가지고 있는 재료의
            갖춘다. 이렇게 비움은 채움을 완성한다.                          자연스러운 기(氣)의 운용을 중시하는 동양화의 정신과 통한다.
            그의 그림은 연한 채도의 색들이 화면의 골을 따라 담담하게 스며들며 빈 여백을     그의 작업에서는 유화물감이 한지에 스며들고 광목에 배어있거나 투과되어 더
            이루고  이를  통해  화면에  나타나는  풍경을  부유하는  꿈처럼  그윽하고  평온한   깊은 공간을 틔운다. 스며들고 중첩되는 색채는 공간을 더욱 심층적으로 만든다.
            백일몽으로 만든다. 푸른 계열의 색채가 주를 이루는 근작들은 화면을 수채화       스며드는 물감은 경계를 불분명하게 확산시킨다. 세계의 경계는 언제나 분명치
            같은 느낌으로 담담하게 채운다. 담담함은 무미(無味)와 통한다. 무미는 무위와     않다. 동양에서 만물은 명확하게 분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안개와 구름과
            만난다. 무위(無爲)는 일부러 짓지 않는 것이다. 즉, 될 수 있는 대로 인위적으로   그림자  등의  공간을  암시하고  상상력을  확산시키는  여백은  그의  그림을  더욱
            가공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의  그림에는   모호한 공간으로 만든다. 모호한 공간은 경계를 짓지 않고 공간을 더욱 포용력
            이러한 무위의 세계관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그러기에 그 주된 분위기는 동양의      있는  이미지의  곳간으로  만든다.  여백은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는  빈  곳과는
            우주론에서 나온 자연관과 부합한다. 동양의 우주관은 인간이 우주의 한 일부로서     다르다. 그림의 여백은 보이는 곳, 그려진 곳의 나머지 공간, 남겨진 공간이다.
            우주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이는  서구의  전통적  서양화에서  원근법의   따라서 미리부터 비어있는 곳이 아닌 이 여분의 공간은 그려지는 대상과 연계하여
            틀에 끼워 맞춰 만들어지는 풍경화와 구별된다. 서구의 풍경화에서 규범화되어온      점차 ‘비워지는’ 유동적 공간이다. 그만큼 그것은 부동적 공간을 이루는 풍경과
            틀은 인간의 시선을 기준으로 만든 인간 중심의 질서 체계이다. 그러기에 그것은     짝을  이루는  대위법적  비중을  갖는다.  이  공간은  중력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인간화된, 즉 인간의 시선으로 재단된 인공적 풍경이다. 반면에 동양화에서 인간은    무중력을  이루는  우주적이고  총체적인  공간이다.  이  총체성의  공간은  풀어진
            자연의 한 일부일 뿐이다. 또한 그는 캔버스 위에 광목을 덧대고 그 위에 제소나    풍경이 여러 가시적이고 비가시적인 요소들을 끌어모아 하나의 몸으로 생성(生
            아크릴을 칠해 두께를 만든 뒤, 다시 그 위에 얇은 한지를 발라 바탕을 만든 다음,   成)을 이루며 살아나는 공간이다. 그곳은 화가 김남수가 실제로 겪는 자연 속에서
            그 표면에 물감이 스며들도록 칠하는 기법을 구사한다. 스며드는 물감은 준비된      마음으로 받아들인 심상들을 다시 풀어놓는 빈 곳이자 무위(無爲)의 풍경이 활짝
            밑  작업으로서의  겹쳐진  층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기에  작가의   열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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