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전시가이드 2022년 07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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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변주영_소소한 행복                              전은아_선물, 가베박스에 채색, 25x30x5cm, 2022






                                2022. 7. 14 – 7. 19 아트스페이스퀄리아 (T.02-379-4648, 평창동)





            변주영 전은아展                                        이 감지된다는 점에서 네오팝(Neo-pop)의 한 요소들을 감지했을 수도 있다. 2000

                                                            년대 이후 팝아트는 포스트팝(Post-pop), 네오팝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하나
                                                            의 글로벌 코드가 되었다. 그 중 네오팝은 일본의 서브컬쳐인 '오타쿠(オタク)', '카
            글 : 아트스페이스퀄리아 제공
                                                            와이(かわいい)', '그로테스크(grotesque)' 등의 하위 문화적 성격을 띠는 만화 캐
                                                            릭터들을 주요 이미지로 차용하여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소재들과 장난스러
                                                            운 듯한 움직임,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기법으로 메스미디어에 익숙한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전은아의 작업에는 어린이들의 교구통인 가베 상자가 캔버스로
            변주영 - ‘소소한 행복’                                  사용된다는 점, 그리고 거의 모든 소재가 작가의 어린 두 딸과 관련이 있거나 선인
            변주영은 일상 속에서 만난 자연 속의 풀, 꽃, 새, 벌, 나비 등을 영감을 받아 종이 위에   장과 같은 것은 어린 학생들의 선물이라는 점에서, 특히 작가가 살았던 일상의 흔
            표현한다. 공필화는 사실적으로 자연을 조형화하여 작가의 주관적 심미와 사상이 직접   적들을 어린아이의 그림일기처럼 자유롭게 기록해놓았다는 점에서 네오팝의 면
            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그리는게 특징 중 하나인데 나는 꽃과 풀들 사이에 새, 벌, 나비  모들을 떠오르게 한다.
            들은 나의 가족들을 표현하고, 동양회화의 사물 의미와 상징성을 부여하여 그림 속에
            나의 이야기를 넣어 본다. 그림을 보며 느끼는 관객의 입장이 각각 다르지만 현대 사회  그러나 이러한 팝아트적 요소는 표면의 찰나적인 이미지일 뿐 전은아의 작업들은
            를 살아가며 사회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작품을 보며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물  소비사회의 구조와 그 어두운 속성들을 비판하고자 했던 팝아트의 의도와는 근본
            방울과 같이 따뜻하게 마음을 적셔주어 편안함을 느끼면 좋겠다.              적으로 다른 의도를 갖고 있다. 오히려 굳이 미술사적 용어를 끌어들여 설명해 보
                                                            자면 현대판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에 가깝다고 할까. 동양화에서 문인들이 진귀
            전은아-작은 틈 사이 환기를 통한 가벼운 숨쉬기                      한 옛 그릇과 화초, 과일, 채소류를 소재로 그린 기명절지도는 정물화의 성격을 띠
            플라스틱 통, 컵, 유리병, 친숙한 화분들, 조그마한 선인장, 작은 거북이와 물고기,   지만 대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해서 그렸다기보다, 대상의 의미나 상징을 기억 속의
            운동화, 쿠션 등 매우 일상적인 사물들을 가벼운 터치와 유동적인 형상들로 그려     상념으로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그려진 대상이 반드시 사실적이어야 한다는 점
            나가는 작가 전은아의 작업들을 보고, 혹자는 대중과 멀어진 고급예술에 반기를 들    은 중요하지 않으며, 소재의 상징 의미와 그 대상을 통해 나타내고자 했던 작가적
            어 일상 문화를 끌어들인 팝(Pop)아트를 떠올릴 수 있다. 알다시피 1950년대에 태  인 의도가 중요했다. 전은아의 작품들은 지극히 사적인 기억과 경험을 담은 대상
            동하여 지금까지 성행하고 있는 팝아트에서는 만화, 텔레비전, 잡지 광고 등에 등    들을 그렸지만 그 대상들은 은밀하지 않으며 누구나 자신의 고민에 동참하며 그
            장하는 이미지나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사물들, 즉 코카콜라, 세제, 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열어놓은 텍스트가 된다. 나아가 작가는 작품을 보는 잠
            프 깡통, 립스틱 케이스, 지폐, 변기 등을 주 소재로 삼아 관람객에게 보다 쉽게 다  깐의 시간 동안은 삶의 크고 작은 위험과 스트레스의 중압감으로부터 벗어나보길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전은아의 작업들이 어린아이를 연상시키는 요소가 많     희망한다. (이현경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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