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전시가이드 2024년 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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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초대석
















































        Minds in Color, 116.8×91.0cm, Acrylic on canvas






        체험하지  못했던  숭고한  감성과  만나도록  유도한다.  명상하듯  작품과     감성회화, 관계미학의 실현
        만나다 보면 색채의 개별성이 무한한 자유와 만나 서로 몰입하는 경지로
        나아가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절제와 균형의 대화”라고 말한다. 감정을        작가의 이전 작업들은 누드·자화상·도시와 자연경관을 드러내는가 하면,
        억제하지 못한 채 복받쳐 오르는 슬픔까지 작품의 동력으로 삼는 ‘감성의         시대적 아픔을 감성 형식으로 차용(借用)하면서 자연의 유기성과 도시의
        무한함’을 화폭에 옮긴 것이다. 박월미를 보면 최근 열풍을 일으킨 잊혀진        기하학적  구도를  연결하는  등의  ‘관계미학(Relational  Aesthetics)’을
        화가 ‘ 힐마 아프 클린트(Hilma af Klint, 1862~1944)’가 떠오른다. 한 번   실현해왔다.  추상화로  이행하는  듯한  그림들은  느슨하게  정의된  ‘다층
        보면 빠져드는 그림체와 더불어, 100년 전에 그렸다고는 믿을 수 없을         형상(Multi-layered shape)’ 속에서 절제되고 안정된 탁월한 구성방식을
        만큼 현대적이고 세련된 그림, 놀라운 것은 미술 역사상 최초의 추상화를         보여주는데,  최근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구축하면서  ‘단순한  표현,
        여성이 발명했다는 것이다. 힐마의 그림들 역시 인정받지 못한 시대에 대한        깊은 내면, 다채로운 색의 구현’이라는 이상을 실현하고 있다. 신작들은
        슬픔 감성을 작품의 에너지로 옮긴 것이었기에 더욱 많은 연관성을 지닌다.        대부분 안정된 구조 속에서 폭넓은 색채와 색조, 다양한 관계를 활용해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슬픈 감성이 결국 그림의 가장 강력한          작가의 삶이 녹아든 시적 효과(Poetic effect)를 자아낸다. 그럼에도 가장
        소재가 되었다고 회상한다. 내면을 어루만지는 솔직한 자기 고백 같은 ‘         중요한 특징들은 ‘기본적인 색채-기본에 충실한 대상해석-자유로운 획과
        박월미 만의 감성회화’는 ‘여기-오늘 만난 내면과의 대화’로부터 탄생한         안정된  색면  배치’로  요약된다.  회색의  콘크리트  건물을  밝히는  노란
        것이다.  작가는  실제로  화풍의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예민한  감성을   불빛을 배치하는가 하면, <Park> 시리즈 속에서는 색의 파장이 타인을
        사회변화의 더듬이로 삼아 구상과 추상의 다채로운 여정을 보여준 것이다.         위로하는 깨달음이 될 수 있다는 가치를 담는다. 투병 생활에서 발견한 <
        우리는 세잔 시대를 연상시키는 절제된 형상과 미묘한 색감을 통해 회화가         뜻밖의 위로>는 그린다는 자유와 ‘작품’을 매개한 관계의 실현을 깨닫게
        ‘슬픔-사랑-숭고’를 넘나드는 다층의 맥락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해주었다. <안녕! 나비들>은 이태원 참사를 향한 작가의 위로를 나비로
                                                        치환한 작품이다. 작가는 자연과 환경, 전쟁과 인권 문제를 감성과 연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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