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4년 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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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기원23 (아버지의방), 90.9x65.1cm, Mixed  Media on canvas, 2023






         달항아리를 통한 페르소나 미학                               르소나의 팽창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페르소나로서의 삶을 구별하여 복제된 자아
                                                        속에 감춰진 자신의 본모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자기실현이라고 한다.
        서양화가  박 경 자                                     서양화가 박경자는 자기실현의 근원으로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통해 표면

                                                        의 모습과 함께 내면의 정신세계 속에 함유되어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거
        글 : 김재덕(갤러리 아트팜 관장 칼럼니스트)                       울에 비춰진 작가 본인의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느껴지는 그녀의 어머니 모습을 심
                                                        성 깊은 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본인의 모습에 오버랩(overlap)되는 어머니
        페르소나(Persona)는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이론들 중에서도 가장   의 모습이 시각적 이미지로부터 심성의 기억으로 추억되는 과거로의 긴 여정으로
        잘 알려진 개념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만큼 많은 예술인들이 많이 차용하여 창작의   이야기 한다. 그 이야기의 원천을 창작의 모티브로 삼고 캔버스위에 표현되는 달항
        모티브로 삼아 왔다. 페르소나는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 사회교육 등의 경험으로 형   아리를 통한 어머니의 기억에 시각화를 이루고 감상자들과의 미학적 공감을 담론
        성되고 강화된다. 이런 페르소나는 부모로서의 페르소나나 기업인으로서의 페르소      화 한다. 서양화가 박경자는 달항아리를 어머니의 품으로 삼는다. 둥근 달항아리는
        나 등등 여러 가지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페르소나는 주위 사람의 영향으로 만들어    소싯적부터 이어오는 어머니의 소리 없는 기도와 사랑의 모습으로 평온함을 전해
        지는 가시의 틀이 생성되는 복제된 자아의 개념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어원으로     준다. 그 평온함은 이제는 깊은 그리움으로 작가는 표현한다. 단순한 원의 미학이
        는 라틴어로 섞이며 사람(Person)/인격, 성격(personality)의 어원이 되고, 심리학   가늠 할 수 없는 어머니의 사랑과 평생의 기억으로 캔버스에 기록한다.
        용어가 되었다. 현대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에서는 그 발음 그대로 사람이라는 뜻
        으로 쓰이며 다른 국가들에서 통상적으로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쓰는 가면"을 의    달항아리를 통한 어머니의 그리움에 대한 표현에 더해지는 추억의 모티브(motive)
        미한다. 영화계에선 어떤 감독이 자신의 분신 혹은 상징처럼 애정하는 배우를 뜻한    로 작가는 어릴적 집안에 자유롭게 유영하던 꽃들과 동네 어귀에서 높은 키로 내려
        다. 페르소나는 주위 사람들의 요구를 포용해가며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보았던 솟대 등 성장기 자연스레 함께 동시대를 이어왔던 자연물들이 화폭에 차용
        원만하게 유지하게 해준다. 그러나 페르소나를 자신의 본성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     된다. 소나무, 바닷가, 조개껍질, 친구들과 뛰놀던 양지 바른 돌담 밑 등 어린시절의
        다. 자신의 본모습을 잃게 되고, 신체적, 정신적인 문제들이 생겨, 열등감이나 갖가  정감 있는 추억의 소환은 평생을 가지고 가는 꿈이며 고향이라는 동질성의 어머니
        지 애로사항이 생긴다. 이러한 것을 페르소나의 팽창(야누스)이라고 부르는데, 페    의 포근한 품속으로 나고 자란 작가의 심미적 고향을 표현한다. 작가는 어릴적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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