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4년 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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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다_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퍼포먼스_2013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인간 형태의 전시/공연용 휴머노이드 로봇)(제작 중)_2023








                                           로봇과의 공존을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사운드를 매개로 관람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면서
                                          우리가 잊은 것은 무엇이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권병준 작가의 전시는
                               <올해의 작가상> 중 가장 임팩트 있는 전시로 관람객들의 기억에 오랫 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라고 할 수 있다.                                      습에 신선함과 충격을 느꼈던 듯하다. 작가는 전시 막바지에 극 형태로 작업
                                                            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 현재 볼 수 없는 그 극을 작가는 전
            이번 전시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를 둘러보다         시의 전 과정을 통찰하면서 마련해 나가야 하기에 어느 한순간도 마음을 놓
            가 전시실 4에서 로봇을 작동 중인 작가를 만났다. 전시를 둘러본 그 당시에      을 수 없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참으로 고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측
            는 원래 움직여야 하는 많은 것들이 멈춘 상태였는데, 이미 전시가 시작된 시      불허함이 최고의 무기로서 작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됨을 느낄 수 있었
            점에서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설치하고 있는 점이 의아했으나, 무릇 미디어아        다. 아마 이 전시는 작가에게 있어 최고의 정점을 찍는, 전환점을 가져오는 전
            트 전시란 제작 과정에서 있을 법한 발생 가능한 돌발 상황에 대비하여 늘상       시가 아닐까 예견해본다.
            점검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껏 이해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기에 작가에게 이
            를 따로 질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 대하여 작가는 SBS 뉴스 인터     동시대 미술에서 대부분의 미디어아트 전시가 그렇듯 스테레오타입적인 면
            뷰를 통해 “5개월의 전시 기간 동안 이 작업은 계속 develop 될 것이고 아마 5  모의 완벽하고 세련된 마감의 테크놀로지를 기대한 관람객에게 이 전시는 조
            개월 후에는 이것과 전혀 다른 작업을 보게 될 것이다”(https://www.youtube.  금 다르게 인상 지워질 것이다. 인간의 형태를 닮고자 행동을 따라 하는 로봇
            com/watch?v=AhK-eTcppzY)라고 밝힘으로써 작품을 전시장에 던져놓고 마  과의 공존을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사운드를 매개로 관람객들
            는 것이 아니라, 전시 동안 그 어떤 시점에서 전시장을 가더라도 관람객들은       에게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면서 우리가 잊은 것은 무엇이고 잊지
            점차적으로 다른 모습과 형태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암시와 더불어, 지속적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한
            으로 지켜봐야 할 즐거운 책임과 의무까지 은연중에 관람객에게 부여하고 있        다는 점에서 권병준 작가의 전시는 <올해의 작가상> 중 가장 임팩트 있는 전
            었다! 그러나 전시가 시작된 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아직도 움직이지 않      시로 관람객들의 기억에 오랫 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전시가 끝나갈 때쯤 여
            는 로봇이 있다는 것도 솔직히 충격이었다. 또한 인간과 비인간, 즉, 관람객과     백이나 정지에 대한 미감 없이 너무도 유연하게 감정을 움직이는 로봇으로 변
            로봇의 그림자가 공간 속에 만나게 되는 것이 관람객의 인원수 조정과 함께        형되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드는데, 이는 작가나 내 개인적으로도 바
            이루어지는 것인지도 질문하고 싶었다. 내 경우처럼 관람객의 질문이 끊임없        라는 바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무엇을 어떻게 느끼면서 작가가 작업을 지속
            이 유발되는 것을 작가가 기본적으로 원했던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확       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는 계속 지켜볼 일이겠지만, 관람객 역시 선입견
            실히 궁금증과 더불어 관람객의 재관람을 끌어당기는 ‘ongoing’ 전시인 것만    없이 편견을 배제하고 개념과 영역의 융합과 확장을 향해 나가는 작가의 행보
            은 확실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 초기부터 관람객들에게 작품에 대한 질        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참여하면서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의 마감과 극
            문과 이에 대한 작가의 답을 미술관 SNS에 올릴 예정이라고 하는데, 관람객      형태로 종합하는 작품의 완결을 위하여 전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관
            들은 전시장에서 공연을 지휘하듯 총체적으로 정비하고 점검하는 작가의 모         람을 이어 나가기를 추천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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