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전시가이드 2022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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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류지선-걷다, 91x73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                   신빚나-오후 5시, 116.8 x 91.0 oil on canvas, 2022











                                2022. 6. 23 – 6. 29 아트스페이스퀄리아 (T.02-379-4648, 평창동)









            류지선•신빛나 展                                       사대부는 남국의 정취를 상징하는 파초를 집에 심고 감상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그림에서 파초가 가지는 의미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파초의 커다란 녹색
                                                            잎들이 주는 경쾌함과 활발함은 현실의 각박함과는 대비되는 공간을 연출한다. 나무와
                                                            해바라기,  파초  등이  만들어낸  비현실  공간  속을  끊임없이  걸어가는  말은  경계의
            글 : 아트스페이스 퀄리아 제공
                                                            넘나들기를 통해 이미지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세상을 상상해보는 나 자신이기도 하다.
                                                            신빛나 Artist statement의 작업은 몇 해 전의 사고로부터 시작되었다. 신체적 고통과
                                                            장애는 그전의 작업들을 통째로 바꿀 만큼 큰 사건이었다. 상처는 실체가 있는 것이지만
            류지선의 그림은 현실과 비현실의 묘한 경계선상에 위치한다. 대체적으로 현실속의     무의식적 충격은 결코 지울 수 없는 공포였다. 결여의 빈 공간에서 태어난 틈을 나는
            친숙한 이미지들로 이루어지지만 그것의 조합이 만들어낸 공간과 대상은 비현실의      작품으로 메우고자 하였고, 작품을 마주하는 시간을 통해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다.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림의 공간을 거니는 말은 다양한 원색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동경><camouflage>(2020)은  현재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직면하게  하는
            이는 단순한 대상의 재현이 아닌 욕망의 주체로서의 인간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매개로 작용하며, 불안과 결핍의 감정을 발견하고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말이 지고 있는 집들은 여러 시대의 양식들이 층층이 쌓여져 있으며 높이 솟아오른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외부로 확장시키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팬데믹이우울증,
            바벨탑을  연상하게  한다.  높이  올라가며  쌓여진  흑백의  집들은  그  형태가  계속   불안증,  등의  빈도와  강도를  높인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집단
            변화해오지만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거주의 욕망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지점을 파악하여 작품으로 연결시켜 나가고 있다.
            배경  속에  자주  등장하는  파초는  이상적인  공간과  결합된  의미를  지닌다.  조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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