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고니 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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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 고니
신부님
뚝방길로 자전거를 타러 가요
아직 남은 저녁 햇살을 피하려면
밀짚모자를 쓰셔야 해요
기름칠을 해도 삐걱대는 자전거의 뒷바퀴는
일어설 때마다 신음 소리를 내는
우리 할머니와 친구인가 봐요
제가 앞장 설 테니 신부님은 따라오세요
저는 강물도 보고 강물 속에서도 타오르는
노을도 보겠지만
신부님은 자전거 위에서도 기도를 하시니까
제가 앞바퀴 신부님이 뒷바퀴 하세요
그래 봐야 뚝방길 끝이면
저와 신부님은 자전거를 탄 채로 함께
수박 향 가득한 저녁 강 물그림자 속으로
스르르 사라지게 될 거예요
낮술 / 고니
백성의 오랜 아우성처럼
비는 종일 내리는데
우리가 역모를 꿈꾸는 게
무슨 죄가 되겠는가
상황이 이러한데 밤낮을 가리는 건
장부의 길이 아닌듯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