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월간사진 2017년 7월호 Monthly Photography Ju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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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묻고 기술이 답하다
딥러닝을 활용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다.
인공지능의 최종 목표는 인간 지배가 아닌, 더 나은 인간의 삶이다. 에디터 | 박이현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20년 간 먹고 살 수 있는 미래 먹거리 책임지겠다.” 핵심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 개념을 창안한 뒤 2012년 세계 최대 이미지 인식
장미 대선 기간 동안 누군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외친 말이다.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이 경연대회인 ‘ILSVRC(ImageNet Large Scale Visual Recognition Challenge, 인공지
뭐길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 말을 들었어야 했는지 늘 의문이었다. 한국정보통신기술 능이 여러 이미지가 나타내는 것이 무엇인지를 맞추는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인공지능
협회 정보통신용어사전은 4차 산업 혁명을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사가 됐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 인공지능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가 ‘딥러닝’ 아닐까. 인
업혁명’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아무리 읽고 또 읽어 봐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는 간의 뇌는 수 만개의 뉴런(신경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하고, 경험과 학
어딘가 꺼림칙하다. 우리가 증기기관 발명으로부터 시작된 1차 산업혁명과 전기 발명으 습을 통해 지능을 높이는데, 이를 모방한 것이 바로딥러닝이다. 즉, 인공신경망(Artificial
로 인한 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에 기반을 둔 3차 산업혁명 개념을 확실히 알고 Neural Network)을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지능을 높이는 것이다. 알파고의 핵심 기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깊게는 알지 못하는 느낌이다. 마치 이전 정 술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의 강점은 어마어마한 정보 처리량. 하루 학습양이 인간이 평생
부의 ‘창조경제’를 보는 듯, ‘썸’ 타는 남녀 사이를 보는 듯 애매모호하다. 사실 학계와 관 습득하는 정보보다 많은 건 당연지사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활용되고 있
련 업계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용어 정리는 구체적이지 않다. 단지 빅데이터를 활 다. 대표적으로 금융계에서는 신용평가와 투자 분석처럼 인간이 직접 분석해야 했던 것
용하는 인공지능 기술, 생산 활동에 로봇을 활용하는 시대 등으로 짐작할 뿐이다. 들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방대한 양의 임상 기록과 논문을 바탕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추상적 의미의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해야 하는 건 바로 ‘인공 로 인공지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국내에선 길병원이 국내 최초로 IBM의 인공지능
지능’ 때문이다. 사실 인공지능이란 용어가 등장한 것은 오래 전이다. 그러나 정작 사회 컴퓨터를 도입해 암환자 진료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적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한 건 작년 3월 열렸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부터다. 그
이전만 하더라도 바둑은 인공지능의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겨졌다. 한 번에 둘 수 있는 경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시기상조
우의 수가 200가지가 넘는 바둑은 모든 경우의 수를 합칠 경우 전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 인공지능의 영역이 점차 넓어짐에 따라 사람들의 걱정거리도 늘어나고 있다. 그 중 대표
아지는 두뇌 스포츠다. 이 중에서 최상의 수를 결정하는 것은 인공지능에게도 버거운 일 적인 것이 ‘일자리 감소’와 ‘인간 위에 군림하는 인공지능’이다. 2013년 옥스퍼드대학교
이었다. 인공지능보다 계산 능력이 떨어지는 인간은 이러한 바둑의 어려움을 경험과 직 에서 발표된 보고서 「고용의 미래: 우리 직업은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에 따르
관으로 극복해왔다. 그런데 이를 인공지능이 넘어섰으니 엄청난 사건이 터진 셈이다. 비 면, 20년 안에 미국 702개 직업 중 47%가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
록 ‘인간이 진 것이 아닌 이세돌이 진 것’이었지만, 이 대국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끌 고 있다. 당장 주변만 보더라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시
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고, 또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열띤 논쟁의 신호탄 역할을 했 대의 흐름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 운동’에 실패한 인간
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은 기계에 자리를 빼앗길 줄 알았지만, 결국 노동시장에선 사라지지 않았다.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활동 영역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인간은 시대 변화에 맞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라 춰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활동 영역을 찾아내면 된다. 거창하고 추상적이라고 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 지각, 이해능력 등을 실 수 있겠지만 너무 염려는 마시라. 어차피 인간은 답을 찾을 테니까 늘 그러하듯이.
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한정된 규칙을 인간과 인공지능의 권력변화에 대한 걱정도 시기상조인 듯하다. 이런 걱정은 인공지능
적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청소 상태와 전방 장애물 유무 을 ‘생명체’로 인지하는데서 오는 일종의 불안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어려워하는 일을
를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로봇 청소기, 애플의 시리(Siri)와 구글의 구글 나우(Google 대신하기 위해 태어난, 철저히 ‘지능’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는 기술이다. 최종 목표는 더
Now) 같은 가상 개인비서, 인공신경망 번역 서비스 등이 우리 실생활에서 활용되고 있 나은 인간의 삶이다. 지금까지 연구된 기술만 보더라도 인공지능은 인간의 명령을 받고
는 인공지능 기술의 대표적인 예다. 얼마 전에는 인도 벤처기업 제닉AI(Genic.AI)이 개발 목표를 정한 다음에야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앞에서 말한 ‘시기상조’라
한, SNS를 통해 빅데이터를 수집 · 분석하는 인공지능 모그IA(MogIA)가 도널드 트럼프 는 단어는 ‘기우’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재승 교수의 말에서 이에 대한 근
의 대통령 당선을 예측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거를 유추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려면 자기 자신을 인식하고, 지배 욕망을
인공지능에 대한논의는1950년대 영국의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인 앨런 튜링(Alan Tur- 가져야 하며, 인간에 대한 적대감을 가져야 하는데, 인간조차도 이러한 감정과 의식, 욕
ing)으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1956년 미국 과학자 존 맥카시 (John McCarthy)가 다트 구를 어떻게 갖게 됐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정체를 모르니 인공지능에 넣을 수가 없는
머스회의(Dartmouth Workshop)에서 인공지능이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면서 인 것. 차라리 인공지능을 갖고 누군가를 지배하려는 욕망을 가진 인물을 경계하는 게 더 생
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지만,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혀 오랜 시간 가시적인 성과가 산적인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이 말만 기억하시라. 인공지능이 지배 욕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IT기술이 발전하면서 관련 기술이 급성장했다. 망을 가지게 될 확률은 ‘원숭이가 타자기를 마구 쳐서 햄릿이 나올 확률’이라는 것을.
그리고 2006년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교수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이 인공지능 참고 | 배영임 & 신혜리(2016), 「인공지능의 명암」. 박현길(2016),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