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월간사진 2018년 8월호 Monthly Photography Aug 2018

#스페셜_16최종_월간사진 2018-07-19 오후 4:37 페이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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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몸짓

구본창

작은 종이들을 겹겹이 쌓아 올리고 조각보처럼 연결해 만든 하
나의 큰 인화지. 그 위에 이름 모를 사람 남자가 괴상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얼굴은 드러내지 않은 채 오로지 몸만으로 ‘절망’
을 말한다. 인화지를 연결하는 실들은 몸 위에 아픔을 남기고,
상처를 꿰매기도 한다. 작가는 <태초에> 시리즈를 통해 불확실
한 미래, 운명을 거역할 수 없는 인간의 일반적인 삶을 시각화했
다. 인간은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 선택들은
정말 우리의 의지라고 할 수 있을까. 저 이름 모를 이의 절망적
인 몸짓이 정작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In the Beginning 1, 1991, Gelatin silver photographs with thread on 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