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월간사진 2018년 8월호 Monthly Photography Aug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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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043)스페셜1-사진속몸(6P)최종수정OK_월간사진  2018-07-20  오후 1:41  페이지 041














                                                                                      사진 속 남성의 몸은 자연스러웠을까?


                                                                                      그렇다면 남성의 몸은 어땠을까. 남성을 촬영한 모든 사
                                                                                      진이 아무런 편견이나 왜곡 없이 자연스러운 것이었을까.
                                                                                      <사진에 나타난 몸>의 저자 존 퓰츠(John Pultz)가 예시
                                                                                      로 제시한 1920년대 루이스 하인(Lewis Hine)이 촬영한
                                                                                      <Bolting Up a Big Turbine>(1920년대)을 살펴보자. 하
                                                                                      인은 이 사진이 신체와 힘의 연관관계를 말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나사를
                                                                                      죄기엔 어려운 위치에 서 있다. 힘을 이야기하기엔 적합
                                                                                      하지 않다는 뜻이다. 남자는 사회개혁자인 루이스 하인에
                                                                                      의해 모델로 섰던 것으로, 사진에 표현된 것은 남자의 주
                                                                                      체성이 아닌 그저 몸일 뿐이다.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 사진에서도 정체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된다. 잔
                                                                                      더는 사회분석학자처럼 사진을 통해 사람의 몸과 직업을
                                                                                      분류했다. 하지만 이는 연출에 의해 탄생한 사진이다. ‘몸
                                                                                      이 선천적으로 개인의 직업과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과는
                                             장난스런 시선으로 남성을 바라본 헤르베르트 바이어(HerbertBayer)
         남성의 힘을 이야기하기엔 부적합한 구도인 루이스 하인의 사진    1932. Bauhaus-Archiv Berlin / © VG Bild-Kunst, Bonn 2017  반대되는 것이다. 자아와 자신의 성, 직업의 연출에서 중
                                                                                      심된 자아가 고정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공황 시기 사진가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나 인
                                                                                      종차별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신체에 주목했다. 인간의 몸
                                                                                      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사회상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무의식을 몸에 반영하다                                                        워커 에반스(Walker Evans)는 인물과 주변 환경을 있는
                                                                                      그대로 무표정하게 촬영해서 보는 이의 동정을 불러일으
                  초현실주의는 ‘사람 마음속에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의                                      켰다. 반면, 도로시아 랭(Dorothea Lange)은 에반스와
                  식이 있다’라는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마찬가지로 FSA 소속이었으나, 사진만큼은 에반스보다
                  비합리성과 무의식 개념에서 영향을 받은 사조다. 반(反)                                     극적이었다. 에반스와는 달리, 랭은 인물의 몸짓을 적극
                  예술인 ‘다다’에서 시작된 운동이긴 하지만, 예술에 반대                                     적으로 이용해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한, 고든
                  하기보다는 무의식에서 예술을 창조하는 데 주안점을 뒀                                       파크스(Gordon Parks)는 흑인과 백인 인형을 병치해 인
                  다. 무의식, 금기, 성 등을 주요 주제로 다뤘다.                                        종차별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주목했다.
                  초현실주의 사진 역시 여성과 성적인 요소를 결합해 인간
                  의 욕망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작품 속 여성은 남성의
                  욕망이 투사된 수동적인 존재로 그려졌다.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키는 일종의 뮤즈였던 셈이다. 앙드레 케                                       인물의 몸짓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던
                  르테츠(Andre Kertesz)는 뒤틀린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                                 도로시아 랭의 <Alabama Plow Girl, near Eutaw, Alabama>, 1936
                  한 여성을 촬영해 변형된 이미지를 얻었지만, 이는 여성
                  을 수동적인 대상으로 그려낸 것이었다. 또한, 브라사이
                  (Brassai)는 <여성 노예(Odalisque)>(1934~1935)라는
                  작품을 제작했으며,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영
                  향을 받은 만 레이(Man Ray)는 여성을 ‘타자’로 인식했
                  다는 분석이 있다. 물론, 이와는 다른 결의 작업을 했던 초
                  현실주의 사진가도 있다. 빌 브란트(Bill Brandt)는 만 레
                  이의 제자였지만, 동시대 사진가들보다 개성적이라는 평
                  가를 받는다. 특히, 초광각렌즈를 활용해서 완성한 사진
                  집 <Perspective of Nude>(1961)를 눈여겨 볼만하다.
                  원근법을 실험하는 듯한 구성을 통해 여성의 곡선을 독특
                  하게 그려냈으며, 여기에 유머러스함까지 가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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