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월간사진 2018년 8월호 Monthly Photography Aug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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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043)스페셜1-사진속몸(6P)최종수정OK_월간사진  2018-07-20  오후 1:41  페이지 042






















                                                     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캐롤리 슈니먼의
                                                     퍼포먼스 <Interior Scroll>(1975)  씹던 껌을 여성의 성기 모양처럼 만들어 작업한 한나 빌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1970년대 전후로 여성운동의 성격이 달라졌다.         대표적인 예로 캐롤리 슈니먼(Carolee Schnee-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이       mann)의 <인테리어 스크롤(Interior Scroll)>을 기
               시기 여성운동은 세속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에 주          록한 사진을 꼽을 수 있다. 여기서 사진은 사회적
               목했다. 지배 이데올로기에 저항했던 과거의 여성         관습으로 인해 볼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도록 만
               운동과는 다른 성격이었다. 예술과의 관계도 돈독         든 여성 신체의 한 단면을 나타낼 뿐이다. 하지만
               해졌다. ‘불평등한 남녀 관계가 불평등한 몸의 표        우리는 비록 퍼포먼스 현장에는 없었지만 사진 한
               현을 야기한다’라는 인식에 기반한 페미니즘 미술         장만 보더라도 슈니먼이 성을 적극적으로 이야기
               은 여성의 몸이 남성 욕망에 종속되는 것을 비판했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나 빌케(Hannah           시대성과 유희성
               다. 또한, 남성의 시각적 쾌락에서 여성의 몸을 바       Wilke) 또한 몸을 이용한 행위예술을 사진으로 남
               라보는 것이 아닌, 주체적인 존재로 인식할 것을         겼다. 씹던 껌을 여성의 성기 모양처럼 만들어 사              1920~30년대 모더니스트 사진가들은 자신을 객관적인
               주장했다. 여성 예술가들은 전통적인 매체에서 벗         진을 찍었는데, 이는 ‘남성의 응시 아래 놓여 있는             관찰자로 생각했지만, 1970~80년대 사진가들은 그 궤
               어나 몸, 비디오아트, 행위예술 같은 새로운 매체        여성 몸에 대한 심리학적 물신숭배를 신체적, 시               를 달리한다. 이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미명아래 예
               를 작업에 활용했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몸을 작        각적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술성과 진실성 대신, 시대성과 유희성 등을 강조한다. 또
               업 소재와 매체로 사용했기 때문에 여성의 이야기         사진가로는 신디 셔먼(Cindy Sherman)이 있다.          한, 단순히 찍는 것을 넘어 만드는 사진이 된 까닭에 더욱
               를 보다 주체적으로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더 나아       비록 1990년대 이후 변형된 신체를 작업 전면에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목소리를 사진에 담아낼 수 있었다.
               가 여성 예술가들은 인종 차별, 신체 폭력 등을 미       내세우고 있지만, 그전에는 여성의 정체성을 논의               소재도 눈에 띄게 다채로워졌다. 그동안 금기로 여겨졌던
               술이란 영역 안에서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성에게 덧씌워진 ‘스테레               어린이를 성적으로 묘사하는 것, 동성연애자를 거리낌 없
               여러 매체 가운데 사진은 여성 예술가들의 퍼포먼         오타입’을 고발한 <무제 영화 스틸>로 미술계에 큰             이 보여주는 것 등이 가능해졌다.
               스를 기록하고 증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샐리 만(Sally Mann)은 어린이와 사춘기 소녀의 몸을 ‘계
                                                                                           획적’으로 배치해 ‘관능적인 여성성’을 드러냈고(열두 살:
                                                                                           어린 소녀의 초상[1988], 친숙한 가족[1992]), 낸 골딘
                                                                                           (Nan Goldin)은 관찰자가 아닌 집단 구성원으로서 그들
                                       피부색에 따른 계층을 이야기한 캐리 매 윔스의 <Magenta Colored Girl>, 1953  과 경제적, 심리적, 정서적 관계를 맺는 사진을 보여줬다
                                                                                           (자기 방에 있는 케니[1979], 침대 위 낸과 브라이언
                                                                                           [1983]). 한편, 로리 시몬스(Laurie Simmons)와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는 여성이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연구하고 표현하려 했지만, 작가 자신이 직접 사진에 등
                                                                                           장하진 않았다. 시몬스는 가부장적 체계를 비판했으며,
                                                                                           크루거는 이미지와 문자를 결합해 여성의 몸을 응시의 대
                                                                                           상으로 이용하려는 남성을 지적했다.
                                                                                           인종 문제를 여성의 몸을 통해 비판한 작가도 있다. 캐리
                                                                                           매 윔스(Carrie Mae Weems)는 <마젠타 색깔의 소녀
                                                                                           >(1989)에서 피부색에 따른 계층을 이야기했고, 로나 심
                                                                                           슨(Lorna Simpson)은 <감시받고 있는 조건들>(1989)
                                                                                           에서 공격적인 단어를 이미지와 배치해, 흑인 여성들이
                                                                                           핍박받는 현실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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