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월간사진 2018년 8월호 Monthly Photography Aug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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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조작하고 변형하는 현대미술은 2000년대 들어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를 일컬어 ‘포스트휴먼 시대의 미
술’이라고 한다. 인간과 기술의 융합으로 나타나는 미래의
인간상을 의미하는 ‘포스트휴먼’과 ‘미술’이 합쳐진 용어
다. 그로테스크한, 기계와 합쳐진, 기형적인 몸 등을 묘사
한 현대미술 작품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파격적인 몸
이 등장하지만, 페미니즘 미술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페
미니즘 미술이 ‘남성 시각에서 벗어난 여성의 몸’, 다시 말
해 ‘해방과 전복’을 이야기한다면, 포스트휴먼 미술은 ‘몸
을 확장해 사회 구조를 재생산한다’라는 의미가 크다. 포
스트휴먼 시대에는 ‘육체적 존재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인
공지능 메커니즘과 생물학적 유기체 간의 절대적 구분이
나 본질적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포스트휴먼
시대는 ‘기존의 남/여 구분, 이성애에 기초한 가족 모델과
이에 근거한 공동체 개념, 흑/백 인종 간의 경계’를 모두
모두 뒤엉켜 혼재하는 포스트휴먼의 특징을 보여준 매튜 바니 뛰어넘을 수 있다. ‘포스트휴먼 시대의 몸’ 이미지를 다룬
전시로는 1992년 열렸던 <Post-Human>이 있다. ‘유전
적 변형, 성형수술, 인공지능의 발달을 다룬 이 전시는 ‘예
시각화된 남성 동성애 술의 미래와 인간종의 미래가 어떠한 방식으로 교차할 것
인지에 대해 제안’했다. 대표적인 현대 작가로는 김준, 손
1980~1990년대 남성의 몸이 사진에 전면적으로 등장하 종준, 매튜 바니(Matthew Barney), 스텔락(Stelarc), 오
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는 남성의 동성애를 시각화한 것들 를랑(Orlan), 제네시스 피오리지(Genesis P-Orridge), 크
이었다. 이들은 페미니스트, LGBT 등을 적대시했던 신보 리스찬 마클레이(Christian Marclay), 이불 등이 있다. 이
수주의에 대항한다는 의미가 컸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이 들 대부분은 퍼포먼스와 조각, 설치 등의 작업을 한다. 현
반영되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진가로는 로버트 대미술에서 몸을 논하는 데 있어 사진이 더 이상 주체적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가 있다. 그의 사진은 매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든 종류의 성적인 것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면서도 동시 다음 장부터 펼쳐지는 사진들을 보면 20세기 중반 이후의
에 에이즈 시대의 남성 동성애를 표현’한다. 에이즈와 남 ‘몸 사진’이 어떠한 구성과 형식을 띠고 있는지 보다 자세
성 동성애를 다룬 사진가들은 그 외에도 더 있다. 니콜라 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스 닉슨(Nicholas Nixon)과 로잘린드 솔로몬(Rosalind
Solomon)은 에이즈로 고통 받는 동성애자의 몸을 다큐 참고 | 「A Body-Mind Spirit Model in Health」(Chan C 외), 「경계
멘터리 형식으로 기록했고, 피터 위자르(Peter Hujar)는 넘기로서의 몸과 예술적 상상력」(허정아), 「1980~90년대 현대미술에
나타난 몸의 사회정치학」(황명현), 「예술가 신체의 물질/비물질성」(강
사진 속 주인공들을 에로틱하게 묘사했다. 동시대 정치문
수미), 「조지아 오키프와 젠더」(신채기), 「포스트휴먼 시대 사이보그 몸
제를 성과 관련지어 이야기하는 안드레 세라노(Andres
이미지 연구」(문유진), 「프랑스 제2제정기의 초상 사진과 사회·문화적
Serrano)도 있다. 그의 작업은 우유와 피, 오줌, 정액을 거 구별 짓기」(김이정), ‘사진의 역사 속 몸’ 부분은 「사진에 나타난 몸」(존
리낌 없이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퓰츠) 일부를 발췌 및 참고했음.
남성 동성애를 표현한 과도한 자기 방어 심리를
로버트 메이플소프, 빗댄 손종준의 <자위적
영화사 오드 제공 조치 0073>,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