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월간사진 2018년 8월호 Monthly Photography Aug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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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043)스페셜1-사진속몸(6P)최종수정OK_월간사진  2018-07-20  오후 1:41  페이지 040















                          관음증적 욕구를 해소하라


                          사진의 강점은 회화와는 달리 신체를 눈에 보이는 그대로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진의 재현력은 인간
                          의 본능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했다. 몸을 에로틱한 감성
                          으로 기록한 것이다. 특히, 1850년대 초반에 활동한 대
                          다수의 사진가들이 여성의 신체를 미적인 대상으로, 또
                          에로틱한 대상으로 표현하기 바빴다. 당시 이러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대부분 화가이거나 인쇄업자들이었으며,
                          이들의 사진은 ‘표면상’ 동료 예술가들에 의해 사용됐다.
                          하지만 화가들을 위해 촬영된 누드사진이 포르노그래피
                          로 둔갑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사진 가격이 저렴해졌
                          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관음증적인 욕구                           ‘억눌린 남성성을 분출하기 위한 통로’라고 평가받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촬영한 조지아 오키프 사진
                          를 해소하기 위해 이러한 사진들을 구매했다.
                          19세기 후반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 큰 노력을 했
                          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회화에서 사용하는 기
                          법을 차용했고, 인상주의와 상징주의 같은 이즘(ism)을                        한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는 그의 연인이었던 조지아 오
                          사진에 반영했다. 그러나 20세기 초반 사진가들은 회화                         키프(Georgia O’Keeffe)를 촬영했다. 토르소를 떠오르
                          주의에서 탈피, 스트레이트사진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개                          게 하는 그의 사진은 전통 누드사진과는 달리 실험정신이
                          척한다. 아무런 조작 없이 선명한 초점과 풍부한 흑백 계                        강해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조를 살린 당시 사진은 회화주의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것                         라지만 음모를 노출한다든지, 보는 이의 시선이 가슴에
                          과 진배없었다.                                               직접적으로 향하도록 하는 포즈를 취하게 한 것은 당시
                          대표적인 사진가로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                      시대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굉장히 파격적인 행위라고 할
                          과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를 꼽을 수 있                 수 있다. 평론가들은 스티글리츠의 과감한 누드사진에 관
                          다. 웨스턴은 여성의 몸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사진가다.                         해 ‘억눌린 남성성을 분출하기 위한 통로’라고 분석한다.
                          사람의 몸을 정물처럼 묘사한 조형성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모젠 커닝햄(Imogen Cunningham)은 여성 신체를 묘
                          여성의 표정을 배제한 채 몸을 강조한, 사진 역사상 최고                        사했던 남성 중심적인 시선에 반기를 든 여성 사진가다.
                          의 누드사진으로 평가받는 <Nude>(1936)를 보면, 여성                     여성의 몸을 에로틱한 대상이 아닌, 하나의 조형물로 인
                          의 몸에서 신비스러움을 넘어 숭고함이 느껴질 정도다.                          식했다.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에드워드 웨스턴에
                                                                                 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
                                                                                 는 남성의 누드사진도 촬영했는데, 여성을 촬영한 사진과
                                                                                 마찬가지로 조형성을 강조했다.




                 원근법을 실험하는 듯한 구성이 인상적인 빌 브란트의 사진         여성을 타자로 인식한 브라사이의 <Odalisque>(1934~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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