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월간사진 2018년 8월호 Monthly Photography Aug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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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043)스페셜1-사진속몸(6P)최종수정OK_월간사진  2018-07-20  오후 1:41  페이지 038






               / SPECIAL 1 /










               왜 하필 ‘몸’일까?




               19세기 중반 사진이 발명된 이후 사진은 다양한 매체적 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공간
               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몸을 묘사해왔다. 전반적인 예술 관점
               에서 몸의 위상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사진의 역사 속                               니체가 등장하기 전까지 몸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았다.
               에서 사진가들이 그려낸 몸은 어떠한 패러다임과 함께 전환
                                                                              단지 인간의 이성과 영혼을 담는 ‘그릇’ 정도로만 취급될
               되어 왔는지를 정리했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김혜미
                                                                              뿐이었다. 이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
                                                                              는 데카르트(René Descartes)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
                                                                              다. 몸을 정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등하게 취급하는 생
                                                                              각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건 니체(Friedrich Nietzsche)
                                                                              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세상에 공개되면
                                                                              서부터다. 니체는 몸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보았
                                                                              다. 몸은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규정했던 과거의 이
                                                                              원론적 사고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몸을 사회성
                                                                              과 정치성에 근거해서 바라보았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 Ponty) 역시 몸과 정신은 서로 연결되는 상호
                       여성에 대한 환상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로베르 드마시(Robert Demachy)의
                                   <Dans les Coulisses>, 1900년 즈음 ⓒ Lee Gallery  교류적인 존재라고 주장했다. 몸으로 인간의 정신, 영혼
                                                                              등을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술에서는 어떠했을까.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은
                                                                              몸의 이원론적인 사고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몸
                                                                              은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허물고, 내면의 것을 상상하
                                                                              여 표현하는 하나의 캔버스가 되었다. 이제까지 ‘의식의
                                                                              경계에서 소외되었던 것들이 표출되면서 몸에 대한 갖가
                                                                              지 실험들이 행해지는 장소가 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196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을 거치며 빈번하게 나타났
                                                                              다. 대표적인 작가로 생 오를랑(Saint Orlan)을 꼽을 수
                                                                              있다. 성형수술을 통해 신체를 과감하게 변형시키는 모습
                                                                              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로 유명한 작가다. 그녀
                                                                              의 작업은 전통적으로 내려왔던 몸에 대한 경계를 해체한
                                                                              다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예술과 첨단의학기술을 융합한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현대미술에서 몸은 인간 특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표현
                                                                              해내는,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이 가능해진 공간이 되었
                                                                              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공간’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사
                                                                              진의 역사를 통틀어 몸이라는 대상은 어떻게 인식되고 어
                                                                              떤 예술적 소재로 변화되어왔을까. 그것을 차근차근 살펴
                                                                              보다 보면 ‘몸’을 바라보았던 작가들의 의식의 흐름을 발
                                                                              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사진 역사 속 몸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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