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PHOTODOT 2018년 7월호 VOL.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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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dot + Radar 3
류텐 폴 로젠블럼, Daitokuji 8, 2013, printed 2018, archival 아만다 마찬드, Axis, 2015-2018, archival pigment print,
pigment print, 20x20cm 40x40cm
앨리사 후지타 가루이, Continously Present, 2015 printed
2018, archival pigment print, 40x50cm
존재는 언제나 시간과 공간의 선이 만나는 한 지점에 놓인다. 스
지금, 여기. Here, Now. 쳐 지나가는 현재가 켜켜이 쌓여 과거가 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생각을 미묘하고 섬세한 빛의 변화에 주목하며, 관찰자로서 사진을 통해 생을 깊이
바라보고 체험한다. 앨리사 후지타 가루이에게 사진이란 일상을 섬세하게
지배하며 삶을 무겁게 한다. 하지만 온 존재를 다 해 집중해야 할 참된 삶의 돌아보며 이름 없는 작은 풍경에 의미를 부여하는 따뜻한 의식과도 같다. 훈
의미는 지금 이곳에 있다. 현재는 시공간이 만든 한 편의 완결된 생의 ‘시 詩’ 리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놓치고 버려진 길 위의 하찮은 대상을 사진을 통해
와 같기 때문이다. 빛 가운데 공평하게 드러내며 이를 다시 종이 위에 그린다. 이들의 작업에는
글_ 강민정(닻미술관 학예실장) 현재에 몰입하는 감각과 직관의 정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지혜와 영감이
닻미술관은 올해 두 번째 전시로 <지금, 여기. Here, Now.>를 선보인다. 류텐 폴 로젠블럼(사진), 김미 류텐 폴 로젠블럼Ryuten Paul Rosenblum, 김미경Mikyung Kim, 아만다 마 담겨있다.
경(회화), 아만다 마찬드(사진), 앨리사 후지타 가루이(사진), 훈리(사진, 드로잉) 등 국내외 다섯 명의 찬드Amanda Marchand, 앨리사 후지타 가루이Alyssa Fujita Karoui, 훈리
작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삶을 대하는 예술가의 순수한 시선, 고요한 태도와 마주하는 명상적인 시 Hoon Lee 다섯 명의 작가는 순수하게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삶을 섬세하게 다섯 작가는 각자의 고유한 언어를 구상과 추상의 형식으로, 사진과 회화, 또
공간이다. 작가들은 세상과 만나는 찰나의 순간을 자신만의 언어로 응축하고 정화하며 한 편의 시詩
로 재현해낸다. 순간의 아름다운 호흡이 사진으로, 또는 그림으로 정제되어 머무르는 ‘지금, 여기 Here, 포착하여 자신만의 시로 정화한다. 구도자이자 사진가인 류텐 폴 로젠블럼 는 드로잉으로 순간과 영원의 경계를 지워내며 현존하는 이들의 명료한 시
Now.’ 전시가 7월 7일 시작해 10월 7일까지 경기도 광주에 있는 닻미술관에서 열린다. 은 시간의 켜가 쌓인 사찰 벽을 고요하게 응시하며 사진으로 생을 성찰하고, 선은, 빠르게 내달리는 현대인에게 잠시 멈추어 서서 지금 이곳에 고요히, 또
김미경은 세상과 마주하며 쌓은 직관을 사각 캔버스에 한 겹씩 쌓아가며 삶 온전히 존재할 것을 제안한다. 하나의 마음이 존재하는 여기, 이 공간으로 지
의 시간을 정화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아만다 마찬드는 핀란드 겨울 풍경의 금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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