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PHOTODOT 2018년 5월호 VOL.51 May
P. 45

93년 2월 경기도 파주 김종철(30세)












 1. 92년 11월 경기도 송탄  커 에반스(Walker Evans)의 《목화 소작인의 아내 알리 매 버로우》 사진이
 1930년대의 미국의 경제 대공황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진으로 우리에게 알
 려져 있듯이 이재갑의 《또 하나의 한국인》의 사진도 훗날 ‘한국전쟁’을 상징
 하는 세계적인 사진이 되지 않을까.


 역사관에서 비롯된 이재갑의 사진은 어느 한 인물에 멈추지 않고 점차 국내
 외의 건축물과 공간으로 확장된다. 《식민지의 잔영(2000년)》은 일제 강점기
 36년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 국내에 남아 있는 일본
 문화의 잔재인 ‘적산가옥(근대건축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같은 맥락에서 진
 행된 《일본 속 한국 풍경(2010년)》은 국내가 아닌, 일본에 남아 있는 조선인
 강제연행 지역을 찾아 재일조선인들의 흔적을 중심으로 한 작업이다. 위의
 두 작업은 《상처 위로 핀 풀꽃》이란 제목으로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이러한
 작업을 진행 도중 경산 코발트광산의 민간인학살 현장과 유가족을 알게 되면
 서 1950년 한국전쟁 직후의 일어난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한 첫 사진 자료집
                                                                                                           93년 2월 대구 불로동 조용수(41세)
 《잃어버린 기억》을 출간한다. 12년 동안 작업한 것으로 이러한 사건의 본질적
 인 문제는 무엇인지 새삼 뒤돌아보게 했던 사진이었다.


 이제, 이재갑의 시선은 ‘한국-한국인’을 넘어 ‘한국-한국인’에 의한 상흔들을
 포용하기 시작한다. 더 늦기 전에 반드시 직시해야만 하는 심각한 문제들로
 ‘사실’, ‘기록’, ‘증명’이라는 사진 매체의 힘을 빌려 일종의 ‘과거청산’이 필요
 한 역사적 사건들을 상정시킨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민간인학살에 대한 《하나
 의 전쟁, 두 개의 기억 (2015년)》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을 7년간 오
 가며 양국이 다르게 기억하는  전쟁을 모티브로 베트남 지역의 한국군 주둔
 지를 배경으로 베트남에 있는 한국군 민간인학살 지역의 생존자, 그리고 현
 지에 세워진 위령비와 증오비 등을 사진에 담았다.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에
 세워진 베트남의 한국 참전 기념비와 충혼탑을 사진에 담아 하나의 전쟁, 그
 러나 서로 다른  두 개의 역사 인식에 대한 ‘다시 읽기’를 독려했다. 이런 관점
 에서 살펴볼 때, 작가의 주제의식이나 시각은 분명해 보인다. 개인이나 국가
 에 따라 똑같은 사건도 전혀 다르게 인식하듯, 역사성을 담보로 하는 다큐멘
 터리 사진 역시 그렇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의식이 막중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주지 된바, 이재갑은 문화 비평적 시각을 갖춘 행동 하는 사진가라는 점
 이다. 그렇다고 섣부른 결론이나 정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결코 뇌리에서
 쉽사리 사라질 수 없는 뜨거운 카메라의 응시를 드러낼 뿐이며 판단은 관객
 의 몫이 된다.




 48                                                                                                           4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