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PHOTODOT 2017년 4월호 VOL.41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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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염없는 길. 쇼쇼니 족은 이 길을 따라 어디로 갔을까?


                         터키의 시인인 나짐 히크메트(Nazim Hikmet, 1902~1963)는 터
                  키의 해군사관학교를 다니다가 공산당 혁명운동에 활동했다는 걸로 제적당
                                                                     -전략
                  하였다. 1924년에 공산당에 입당하고 1937년에 체포돼 1950년까지 감옥에
                                                                     내가 길들을 사랑한다는 걸 나는 모르고 있었다.
                  갇혀 있었다. 그는 삶 대부분을 교도소 안에서 보냈지만 유명한 그의 시 ‘진
                                                                     심지어 아스팔트길도
                  정한 여행’은 그 안에서 나온 작품이다. 5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         바퀴 뒤로 보이는 길을 사랑한다는 걸
                  로 넓게 알려졌으나 터키에서는 국적이 박탈되고 1965년까지 그의 시집은           -중략
                  금서였다. 그 후, 2000년이 되어서야 터키 시민 50만 명이 청원서에 동참하       내가 구름을 사랑한다는 걸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였고, 노벨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 1952- )이 그의 작품    내가 구름 아래 있든 구름 위에 있든
                  을 재조명하였다. 이어서 지식인들이 히크메트의 국적 복원을 추진하여 터            구름이 거인처럼 보이든 털북숭이 짐승처럼 보이든
                  키 정부는 58년 만에 그의 복권을 회복시켜 주었다. 히크메트는 1962년 3
                  월 28일 프라하와 베를린을 잇는 기차 창가에 앉아 ‘내가 사랑한다는 걸 모         내가 비를 좋아한다는 걸 나는 모르고 있었다.
                  르고 있었던 것들’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나는 보호구역의 사막 쑥이 평원         촘촘한 그물처럼 내리든 유리창을 세차게 때리든
                  을 걸으며 히크메트의 시 ‘내가 사랑한다는 걸…’ 중간에 있는 구절이 떠올라         내 가슴은 나를 비의 그물에 뒤엉키게 하거나 빗방울 속에 가둔다.
                  읊조리며 걸어갔다.                                         미지의 나라들을 향해 떠나며 내가 비를 사랑한다는 걸 모르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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