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PHOTODOT 2017년 1월호 VOL. 38 JAN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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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Project
BMW Photo Space·포토닷 BMW Photo Space에서는 열 번째 靑(청)사진 신진작가 지원 프로젝트 전시로
차진현의 《가려진 지속》(12.14~2.18)을 개최한다.
靑사진 신진작가 지원 프로젝트 ‘靑사진’은 한국 사진의 미래를 짊어진 신진 작가군을 의미하며, 고은사진미술관이 후원하고
차 진 현 BMW동성모터스가 운영하는 사진 전문 전시관 ‘BMW Photo Space’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다. BMW Photo Space와 고은사진미술관, 그리고 포토닷은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b. project(블루닷프로젝트)를 통해
열정과 실력을 갖춘 신진 작가들을 발굴, 지원해나가고 있다.
1973년 통영에서 출생한 차진현은 2003년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 해양토목공학 졸
업, 2010년 경성대학교 멀티미디어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 박사를 수료하였다. KT&G 상상마당, 갤러리 룩스, 통영 해양공원,
1839 갤러리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2008년 제1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
진가 지원프로그램(KT&G SKOPF) 올해의 최종작가상을 수상하였으며, 2015년에는
따리 국제포토페스티벌 ASIA PIONEER PHOTOGRAPHER GRANT AWARD
수상, 2016년 제6회 대구사진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 ENCOUNTER'16 우수작가
4인에 선정되었다. 그 외 제8회 동강국제사진제, 서울사진축제, 제5회 대구사진비엔날
레 등에 다수 참여하였다.
POST-BORDER LINE, 전적비를 가로질러 뛰는 아이, 파주, 2015
역사의 장에서 작동되는 재현의 정치학
글_이선영(미술평론가)
차진현의 ‘가려진 지속’ 전에서 가려진 것은 무엇이고 지속되는 것 자연스러움, 별 다른 징후 없음은 그의 작품을 접할 때의 첫인상이다. 그러나
은 무엇일까. 그것은 역사, 즉 작가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래 관심을 가져 이러한 무덤덤하고 자연스러운 풍경 안에는 해석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왔던 한국의 근현대사이다. 그가 주목한 역사는 한때 큰 파장을 일으켰던 큰 빈틈과 균열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관객이 그 균열을 주시하는 순간 자연스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여파나 그 흔적들이다. 그의 러운 광경은 자연스럽지 않게 된다. 즉 소격된다. 관객은 작가가 피사체에 둔
작품 목록에는 위안부 문제가 우리 사회의 수면에 본격적으로 드러난 이후 거리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온갖 선정적인 사진들이
에도 속시원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이미 많이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초 공기처럼 편재하면서 우리의 감각을 융단폭격하는 이 시대의 감각에 비한다
상이나 퇴락한 분단 풍경이 있는데, 그것들은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도 하 면 그의 흑백 사진은 담담하다. 보통 우리의 주목을 끌 만한 역사적 사실은
고 답답하게도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중립적인 기록사진의 특성을 가지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굉장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가
고 있어서 이러한 감정이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는다. 언뜻 보면 그러한 심각 주목한 역사적 사실은 여전히 경악할 만하다. 그렇지만 그가 다룬 역사적 사
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지 알기도 힘들다. 민족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어낸 할 건들이 여전히 우리를 강하게 자극한다면, 어떤 의미로든 해결이 났을 것이
머니들의 모습은 보통 할머니와 다를 바 없으며, 분단을 소재로 한 시리즈 다. 역사는 뜨겁지만 일상은 차갑다. 뜨거운 것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일상
역시 분단과 관련된 이런저런 기호들이 박혀있는 우리의 평범하고 지루한 화된 역사의 흔적들은 이미 식어서 그자체로 무엇인가를 말하지는 않는다.
일상 한구석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떤 단서처럼 작동하면서 해석학적 상상력을 작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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