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PHOTODOT 2017년 1월호 VOL. 38 JAN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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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BORDER LINE, 민통선을 지나는 차량, 2014 POST-BORDER LINE, 관광객들, 파주, 2013
POST-BORDER LINE, 목련이 핀 통일공원, 파주, 2015 POST-BORDER LINE, 노동당사 위로 나는 두루미, 철원, 2014
그의 작품에는 역사의 현장 자체에서 파생되는 비극과 그 이후에 비극을 또 진현의 풍자적 작품에는 통일을 외치지만 정작 통일이 되면 안 되는 세력들
다른 방식으로 재생산되는 상황과 관련된 씁쓸함이라는 어두운 정서들이 겹 이 배후에 깔려 있다.
쳐있다. 작가는 반동적 지배 권력이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활용하는 재현의 물론 그가 찍은 것들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다. 그러한 사물과 인물들을 관통
정치학을 문제 삼는다. 그곳에 깔려있는 것들은 대부분 합법적인 것들이다. 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도 허구가 아니다. 허구는 실제가 되고 사진으로 찍힐
합법적인 것은 지배적 권력을 재현한 것을 말한다. 누군가 같은 것을 다르 수 있는 분명한 인덱스가 된다. 사진은 어떤 매체보다도 사실과 가까이 있다
게 사용하면 불법적인 것이 될 것이다. 그것들은 예술작품으로 진지하게 문 고 믿어지는 매체지만, 차진현의 작품에서 사진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
제 삼을 것도 없을 만큼 허술하지만, 이러한 허술함이 우리의 현실을 이루고 는 힘들이 만들어내는 순간적인 응결물임이 드러난다. 힘의 흐름들은 굳어져
있다는 점이 심각하고 심란한 것이다. 여전히 ‘때가 되면’ 잊혀졌던 분단 상 현실이 되고, 현실은 재현되고 소비된다. 이러한 재현의 정치경제학에 사진가
황은 들춰지고 안보지킴이를 자처하는 기호 O번이라는 표로 모아지곤 하는 는 어떻게 개입하고 더 나아가 변화시킬 수 있는가. 그것은 반복 속에서 차이
것이다. 요즘 시국에서 보면 한국의 권력지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서 어 를 길어내는 형식에 있다. 차진현은 담담하게 재현한다. 그것은 더 먼저 일어
처구니없음은 예외가 아니라 일상임을 알 수 있다. 국방부, 통일부, 또 지방 난 재현에 대한 재현이다. 사진으로 행해진 또 한번의 재현은 이전 재현의 일
자치제와 연관된 잡다한 관변단체들까지 이 유물들은 자신들이 존재하는 의 시성과 임의성을 드러내는데 집중된다. 그래서 분단선을 비롯한 각종 경계들
미를 증거 하는 귀한 자원으로 활용 한다. 역사는 상징투쟁의 장이 된다. 차 은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따라서 변화될 수 있음 또한 암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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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8.indb 29 2016-12-23 3: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