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PHOTODOT 2017년 7월호 VOL.44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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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 강원도 속초, 2013, 152x177cm, digital pigment print
〈짝-패〉 사진 작업 초기에는 미국 여류 사진가인 다이안 아버스
(Diane Arbus)의 영향을 받았다. 아버스는 기존의 작가들이 카메라에 담지
않았던 기형인이나 동성애자, 그리고 정신지체자 등을 찍은 작가이다. 미국
사진가들 중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한 사진가이기도 한다.
그런데 〈짝-패〉 사진을 계속 진행하게 되면서 뭔가 자신만의 사진을 해야겠
다는 생각에 보다 집중하게 됐고 그의 남다른 ‘작가 근성’이나 인물을 향한
순수한 시선은 곧 좋은 평가들을 받게 됐다.
전국노래자랑, 경기도 오산, 2014, 152X195cm, Achival Pigment Print
그러나 변순철 사진가 하면 떠오르는 사진은 단연코 〈전국노래자랑〉 연작
일 것이다. 우연히 ‘전국노래자랑’ 방송을 보고 영감을 받아 시작하게 되었
다. 전국노래자랑 방송 녹화가 있는 곳을 매주 찾아가 2005년부터 10년 넘 변순철은 최근 들어 〈마지막 소원〉인 ‘실향민’을 대상으로 하는 작
게 찍다 보니 무려 천명이 넘은 사람들을 담았다. 그는 ‘전국노래자랑’ 방송 업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분단국가
에 출연하는 사람들을 통해 보편적인 대한민국의 초상들을 담고 싶었다고 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가가 아니라도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써 〈마지
말한다. 작품 〈전국노래자랑〉에 등장하는 사진 속 인물들은 주로 방송 출연 막 소원〉 작업은 계속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가 더욱 관심
자들의 무대 밖 모습들로 방송 출현이라는 무대 위의 판타지 여운이 채 가시 이 가는 작품은 ‘로봇’ 관련 작업이다. 그는 〈짝-패〉에서 〈전국노래자랑〉과,
지 않은 듯 과장된 포즈나 표정들을 하고 있다. 자신 안에 내재된 욕망 본연 〈마지막 소원〉에 이르기까지 인물사진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최근 ‘로봇’ 작
의 표상들을 가장 솔직한 언어로 잡아낸 변순철만의 특유의 시선이다. 평상 업 또한 진행 중에 있다. 로봇에서 어린 꼬마와 같은 유년기 모습을 보게 되
시 숨겨뒀던 욕구 분출의 ‘감정 과잉’의 모습은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얼핏 면서 ‘로봇’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는 실향민이나 로봇 관련 인물사
엿보게 하는데 이렇듯 리얼리즘 방식에 입각한 사진은 변순철 사진의 가장 진의 확장을 통해 대상 혹은 팩트(Fact) 그 자체를 우회하지 않고 직시하는
큰 힘이기도 하다. 인물사진의 첫 프로젝트인 〈짝-패〉는 유학 시절 백인 사 사진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사진은 곧 자신의 ‘심장’과 같
회에서 유색 인종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투영이었다고 한다면, 〈전국노래자 다고 말한다. 작가의 생각이 시각화된 또 다른 방식으로 재현된 ‘심장’이 바
랑〉 작품에서 보여지는 출연자들의 모습 또한 작가 자신 안에 숨어있는 욕 로 사진이기 때문이다. 그가 식을 줄 모르는 뜨거운 심장의 셔터로 찍고 있
망의 단편이다. 이처럼 그의 인물사진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사회 는 ‘로봇’을 통한 인물 초상사진은 또 다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밑바닥에 깔려 있는 현상을 통한 ‘우리의 초상’이기도, 바로 ‘그’ 자신이기도 사뭇 기대가 된다. 홍대 인근 그의 작업실의 인터뷰는 그의 긴 인물사진의
하며, 대한민국의 ‘오늘’이기도 하다. 여정만큼이나 오래도록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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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4.indb 53 2017-06-28 1: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