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PHOTODOT 2017년 7월호 VOL.44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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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사진을 시작으로 〈전국노래자랑〉과 〈실향민〉 등 지금까지 주로 인
물사진을 해오고 있다. 이렇듯 ‘인물’을 통해 ‘사람’,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
심 두는 이유가 궁금하다.
‘소년’ 같은 호기심인 것 같다. 어려서부터 ‘사람’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이런 호기심이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고 결국 사진작업의 대상으
로까지 천착(穿鑿)하게 된 것 같다. 사람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케스천
(Question)이라 작업을 계속 하게 된다. 그런데 ‘인물사진’은 그들의 이야기
이지만 결국 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을 통해 나의 삶을 반
추하게 되는데 이런 점들이 인물사진의 매력이다.
인물 초상사진들은 사회와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데 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나?
처음부터 사진을 통한 어떤 ‘계몽’을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콘셉
트를 잡을 때 뭔가 ‘촛불시위’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밑바닥에 깔
려 있는 사회 현상을 통한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에 관심이 더 많다. 〈전국노 마지막 소원, 2015, 김홍태 가족, 110X120cm, Achival Pigment Print
래자랑〉사진을 보면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볼 수도 있을 테고, 또 〈마지막 인물사진은 한없이 ‘쉬운 분야’이기도 하고, 또한 한없이 ‘어려운 분야’라고
소원〉의 경우는 개인적인 가상과 현실 세계를 느낄 수도 있을 테고 다양한 도 한다. 그만큼 인물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인물
감상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촬영하면서 특별히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같은 작품이라고 해도 전시장에서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감상의 범위가 인물사진을 찍을 때 기술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들이 있다. 인물사진에
달라질 수도 있어서 보여주는 방법 또한 매우 중요하다. 동시대의 사진작품 서 중요한 것은 사진 구도나 선예도 같은 표면적인 것들이 아니다. ‘인물사
들이 대형화된 경향이 있는데 변순철 작가의 작품 역시 대형이 주류를 이룬 진’에서는 그 사람의 ‘눈’이 사진의 느낌을 살리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사
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진에서 ‘눈’은 보는 사람의 시선을 끄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눈’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는 사진적 그림(The photographic 은 그 사진의 내용을 구체화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눈’
painting)이라는 독특한 회화양식을 만든 현대 미술의 거장이다. 그는 “나는 은 촬영 대상자의 ‘눈’을 통해서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서있는
사진을 그리겠다”라고 선언하며 ‘사진의 그림화’ 작업을 했는데 작품 사이즈 자세라든지, 표정이라든지 심지어 손이나 발동작에서도 느낄 수 있는 ‘심리
가 엄청나게 크다. 그러다보니 평면임에도 불구하고 입체적인 힘을 느낄 수 적인 눈’에서 비롯된다. 인물사진이 어려운 것은 ‘심리적 눈’을 캐치하기가
있다. 이외에도 많은 작가의 작품들이 단순히 크기만 커져도 그 형식이 내용 어렵기 때문이다. 인물사진은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것을 끌어내
을 압도하거나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 역시 사진의 평면적 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을 찍다 보면 촬영 대상자인 인물과 끈적끈적한 밀도
인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사진 인화 사이즈가 커지게 됐 가 형성되었을 때 인물의 ‘심리적인 눈’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온다. 이 찰나
다. 이 외에도 관객에게 전달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에 셔터를 누른다. 어떤 심리적 무표정에서 오는 묘한 기운이나 어떤 독특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8X10인치 대형카메라도 그래서 사용하게 된 것도 에너지를 통해 재현 가능해진 ‘심리적인 눈’의 힘을 사진에서 느껴질 수 있었
있다. 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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