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PHOTODOT 2017년 7월호 VOL.44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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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원, 2015, 이배근 가족, Achival Pigment Print
평범한 주변 인물을 통해 사진가의 연출에 비중을 둔 리얼리티 사진이라는
특이점이 있는데 ‘인물 사진’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나 사진가로서 가장 중
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진실된 솔직함이다. 예술은 솔직해야 한다. 그래서 사진 작업에서만큼은 늘
솔직하려고 한다. 유학 당시 거의 매일 서점에 들러 책을 보거나 전시회를
다니면서 ‘어떠한 사진 작업이 가장 오래 남을 것인가’, 혹은 ‘어떤 사진이 좋
은 사진인가’를 많이 생각했다. 그때 드는 생각이 바로 작가는 솔직해야 한
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솔직함에서 결국 ‘변순철’ 다운 사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촬영 대상이나 나 자신에게 솔직할 때 진솔한 작품이 나온다
고 믿고 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인물사진은 리얼리즘
이 기본인 상태에서 ‘개념’적인 것들이 들어가야 된다. 그것이 구체적인 개념
이든 추상적인 개념이든 간에 리얼리즘이 배제된 상태에서의 개념적 표상은
무언가 아쉬움을 줄 수 있다. 순수 예술을 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얘기를 하
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사진 작업을 하는데 영향을 준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
사진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을 때면 아트서적을 보기도 하고 다양한
책들을 보기 위해 거의 매일 서점을 갔다. 서점에 자리가 없으면 바닥에 앉
거나 혹은 책꽂이에 기대어 서서 책을 보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시
간들이 도움이 많이 됐다. 그리고 아버지가 서예와 동양화를 했다. 막내다
보니 먹을 갈아 드렸는데 어렸을 때 오랜 시간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
는 아버지 옆에 앉아서 먹을 갈았던 시간들도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러나 무
엇보다도 절실함이나 결핍이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짝-
패〉 작품은 그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택시비가 많이
들어 돈을 아끼려고 촬영 장비들을 들고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지금은 생산
이 안되지만 한 때 작가들이 가장 많이 쓰고 싶어 했던 8X10인치 디아도르
프 대형카메라와 대형 스트로보 조명과 같은 촬영 악세서리들을 배낭에 넣
어 양쪽 어깨에 메고는 조명을 세울 스탠드나 카메라 장비들은 리어카에다
싣고 끌고 다녔다. 무게가 오십 킬로나 되다 보니 가다 쉬다를 반복할 만큼
힘들었다.
사진 탄생 이후 인물사진은 수많은 사진가들에 의해 즐겨 찾는 대상이 되어
왔다. 사진 탄생 초기부터 보면 사진사에 기록될만한 사진가들의 인물사진
이 무수히 있다. 기존의 인물사진과는 어떤 차별성이 있나.
나는 그들이 아니니 그들과 다른, 내용이나 형식적인 부분들이 있을 거라고
본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를 반문하거나 고민하면서 나를
알고 다름을 찾다 보면 나만의 것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인물사진을 할 때
‘직면하라!’ 스스로에게 외치곤 한다. 돌려서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
다. 어떤 특별한 형식이 없더라도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것으로 만들려
고도 하지만 작품을 보면 유독 작가와 일치된다는 생각이 바로 드는 그런 사
진을 하려고 한다.
짝-패 Interracial Couple, 2000, 152x195cm, Achival Pigment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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