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PHOTODOT 2017년 7월호 VOL.44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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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 작품집 첫 페이지에 ‘과장된 해방구에서 소외와 역설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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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시지는 무엇인가.
                                                                     ‘전국노래자랑’은 곧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한다. 출연자들은 다양한 지역에
                                                                     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남녀노소가 출연한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자신만을
                                                                     위한 ‘장(場)’이 된 무대에 오르는 순간 최대한의 ‘판타지’를 만끽하며 미처
                                                                     발산하지 못했던 감춰진 ‘욕망’이나 ‘꿈’을 일순간에 쏟아낸다. 그 순간, 그들
                                                                     의 모습에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가공되지 않는 ‘민낯’의 모습들
                                                                     을 보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고 자신이 가지고 있
                                                        전국노래자랑, 2014  는 꿈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심리도 있다. 전국노래자랑은 그러한 욕망과 꿈
                                                                     의 분출구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각자의 색깔이 나오게 되는데 이러한 모습
                  〈짝-패〉사진이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           들은 대한민국이 집대성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하나.                                                한 개인의 정체성은 사회와의 밀접한 관계망에 놓여있게 되는데 전국 각지
                  유학 시절, 언어적인 것과 인종적인 것, 그리고 환경적인 것 등 많은 것들이         에서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들이 21세기의 대한민국의 도감(圖鑑)이랄까, 아
                  힘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물사진은 찍지 않고 주로 한국과는 다른 뉴욕           니면 ‘인물 대동여지도 같다’라는 생각마저든다. 동시대 인물들을 기록한 기
                  거리에서 느껴지는 생경한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초적인 연구에서 출발되었지만 초상사진은 은연중에 사회와의 상관관계를
                  뉴욕 거리를 걷다가 흑인남자와 백인여자인 ‘혼혈 커플’을 보고 영감을 받아          보여주게 되는 것 같다.
                  몇 컷 찍고는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 안에서 대형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          〈전국노래자랑〉 사진은 담고 있는 의미를 떠나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위트
                  다. 그런데 〈짝-패〉 사진을 계속 진행하게 되면서 뭔가 나만의 사진을 해야         가 있는데 촬영 과정이나 촬영 방법이 궁금하다.
                  겠다는 생각에 보다 집중하게 됐다. 어쩌면 이런 접근성 때문에 좋은 반응을          출연자들은 옛날 머슴들이 입던 옷이나, 원더우먼 의상, 그리고 이소룡 추리
                  받지 않았나 생각된다. 어쨌든 〈짝패〉 사진은 ‘인물사진’만이 사진가로서 가         닝이나 학교 교복을 등 다양한 옷들과 소품을 이용해 무대에 오른다. 이렇듯
                  야 할 길이라는 생각을 처음 들게 해준 사진이다.                        과한 치장이나, 과장된 액션 또한 그들의 자신 안에 내재된 어떤 욕망의 분
                  〈전국노래자랑National Song Contest〉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하게 된 동기   출이기 때문에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담기 위해 조명도 심플하게 사용한다.
                  는 무엇인가.                                            주로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 위에서의 모습을 최대한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
                  〈전국노래자랑〉은 어떤 숙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짝-패〉 사진을 전시를 할          록 이끌면서 촬영한다. 방송 녹화가 약 2시간 정도 진행된다. 그래서 노래자
                  즈음인데 TV에서 오랜만에 ‘전국노래자랑’을 보게 되었는데 온 몸에 전율이          랑 주 무대에서 많이 벗어날 수가 없어 제한이 많이 따른다. 촬영 초기에는
                  왔다. 본능적으로 이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전국노래자          대형카메라나 대형 조명을 이용했다. 대형 조명을 쓰는 것은 인물의 얼굴에
                  랑 사진은 어느 날 우연하게 발견해서 찍을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오래 전부          서부터 신발까지 리얼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촬영 장소에 대한 한계적
                  터 ‘인물사진’을 가지고 세상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들이 모아지고,          상황도 있고, 촬영 후반부로 오면서는 중형 디지털백 카메라와 스트로보 조
                  모아져서 그날 내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작업을 처음 시작할           명을 썼다. 현장에서 느낀 그대로를 사실적으로 사진으로 옮겨 담는 것은 생
                  때부터 ‘전국노래자랑’이라는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들을 통해 보편적인 대            각보다 어렵다. 인물 요소 외에 다른 것들까지 넣다 보면 정작 보여주려는
                  한민국을 보고 싶어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것이 희석이 될 수 있어서 인물에 보다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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