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월간사진 2018년 11월호 Monthly Photography Nov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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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linear> ⓒ 최요한
순례길에서
최요한
어떤 대상을 찍음으로써 그것을 오랜 시간 소유하는, 즉 이미지 채집에 집중하는 사진가 최요한의 작업이
다. 그는 쉴 새 없이 일하고, 쉴 새 없이 작업하는 생활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 순례길을 걸었다. 하지만 결
국 그곳에서도 작업을 하게 됐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순례길을 걷는 이유’가 매력적으
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Nonlinear>는 그들이 써내려간 ‘순례길 걷는 이유’를 한데 엮은 작업이다. 앞모습이
보이지 않는 사진은 그 중 일부다. 엄청난 크기의 배낭을 짊어지거나 그저 어딘가를 향해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들. 그들은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만약, 눈을 감았다면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질문을 던져보았지
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뒷모습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의 말마따나, 뒷모습이라는
익명성을 빌려 사진을 찍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조용한 풍경을 바라보며 감정이 충만해진 사람들을 그저
최요한
담고 싶었던 것일까. 최요한은 카메라를 통해서 무언가 바라보는 인물은 보았지만, 그 인물이 바라보는 풍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사진으로
풀어낸다. 가장 가까이 있지만 그럼에 경을 보지는 못했다. 사진가의 시선을 따라가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순례길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도 잘 알지 못하는 존재인 아버지를 주 는 상상에 맡겨야 한다. 그나저나 그들의 뒷모습이 왠지 처량해 보인다. 마음의 짐을 짊어지기라도 한 것일
제로 한 <볼멘소리>와 산티아고 순례길 까.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뒷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나의 뒷모습도 그들과 같을까. 사진 속 그들의 삶을
에서 작업한 <Nonlinear>가 대표적이
다. www.choiyohan.com 상상하면서, 내가 살아온(가는) 길도 생각해봐야겠다. 그들과 나의 길은 과연 맞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