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PHOTODOT 2017년 9월호 VOL.46 Sept
P. 40

바람 스치는 소리를 듣다 보면 맘이 평온해지고 치유되곤 했다. 관객도 대나
                                                                     무 작품에서 그런 에너지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소설
                                                                     에 가깝다고 한다면 내 작품은 순수사진으로 시에 가깝다. 시는 읽는 사람이
                                                                     해석할 여지를 남겨두거나 상상하도록 이끈다. 내 작품들도 마찬가지이다.
                                                                     보는 이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을거라고 본다.
                                                                     <Water Color>와 <Bamboo Gray>, <Bamboo Square> 작품들은 모
                                                                     두 정사각형 포맷인데 특별히 의도한 바가 있는가.
                                                                     내 작품에서 기조를 이루는 것은 철저한 조형성으로 포맷은 매우 중요한 요
                                                                     소가 된다. 사진은 사각형의 세계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것이 직사
                                                                     각형 포맷인데, 이 포맷의 특징은 보편적으로 틀 자체가 안에 있는 내용을
                                                                     품어주고 감싸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정사각형은 형식 자체가 엄격하고 냉
                                                                     정해서 화면구성의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 작품에서는 정사각형이 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편안한 풍경 보다는 엄
                                                                     격하고 긴장된 풍경을 좀 더 선호하는 개인취향 때문인 것 같다. 대나무 촬
                                    Bamboo Square 07.gelatin silver print.50x50cm.2002  영은 핫셀블라드 6X6cm카메라와 대형 4X5inch 린호프 카메라를 사용했
                                                                     다.
                  로 찍었다. 반면, 최근에 작업한 <Bamboo Gray>는 이전 대나무 시리즈하      신작 <Mother-of-Pearl> 을 하게된 배경이 궁금하다.
                  고 다르게 밝은 배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이전 <Bamboo>시리즈         나의 개인적 취향을 보면 현대적인 모던한 공간이나 사물보다는 전통적인
                  와는 반대의 위치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어두운 대숲 안에서 밝은 바깥 세          것, 시간과 세월이 축척된 것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 사용하는 집기나 책
                  상을 바라보며, 배경이 밝은 회색으로 표현되었다. 빛이 많이 통과되도록 ‘노         상, 의자와 같은 가구도 현대식보다는 앤틱 가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몇 년
                  출과다’로 찍어 배경도 밝아지고 대나무 선도 분명하게 나오지 않으면서 부           전 마련한 강화도의 작업실도 100년이 넘은 전통한옥이다. 이 집으로 이사
                  드럽게 뒤에서 빛이 넘어오는 효과가 가능해졌다. 조리개는 F5.6 전후로 놓         를 오게 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옆집이 이사를 가면서 자개장을 버린다고
                  고 주로 촬영했다. 조리개를 조이면 촛점이 피사체에 다 맞아 선명해지기 때          내놓았는데, 버리기에는 아까울정도로 자개 문양이 좋았다. 젊었을 때는 자
                  문에 입체감이 없어지거나 공간이 압축되어 거리감이 없어진다. 예술사진에            개장이 촌스럽고 유치한 느낌이라 거들떠보지 않았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
                  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미묘함이나 모호함인데 이런 것들은 주로 아웃           선지 염두에 두지 않던 자개가 눈에 띄고 애착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
                  포커스 부분에서 많이 발생해 의도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전 우연히 길에 버려진 자개 경대를 발견했다. 자개 경대의 서랍과 거울이
                  <Bamboo> 연작은 어둠속에서 죽(竹), 흑(黑), 묵(默)으로 때론, 밝음       분리해서 버려져 있었는데 거울 부분의 자개 문양이 좋아서 들고와 작업실
                  속에서 죽(竹), 백(白), 광(光)으로 대나무의 아우라가 신묘하다. 이렇듯         한켠에 놓았었다. 계속 보다보니 ‘거울 부분을 떼어 내고 자개틀에 사진작품
                  형과 색 모든 것들이 절제된 대나무 사진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을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었다. <Mother-of-Pearl> 연작은
                  한 것인가.                                             옛 전통의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된 강화도에 작업실을 만들게 되면서 한국
                  대나무 초기 작업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대나무의 ‘선’이었다. 대나무가          전통미에 대한 관심이 새로이 생겨나 자연스럽게 새 작품으로 이어지게 된
                  갖고 있는 올곧은 ‘직선’을 표현하고 싶어 <Bamboo Sauare>와 <Bamboo   것이다.
                  panofama> 작품에서는 대나무 잎도 거의 배제되었다. ‘선’이 잘 드러나도       <Mother-of-Pearl> 작품은 주로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가.
                  록 배경은 모두 까맣고 어둡다. 반면 이후의 작품 <Bamboo Gray>는 대나      일반적으로 작품 진행 과정은 사진을 먼저 만들고 액자는 나중에 결정하는
                  무의 잎이 많이 드러나고 배경은 투명하리만큼 맑고, 밝다. 대나무 초기 작품         것이 보편적인 수순이다. 그런데 <Mother-of-Pearl> 작품은 액자가 먼저
                  은 대나무를 경직되거나 엄격하고, 긴장감을 유발해 대나무의 절개나 기상            선택되고 그 액자의 문양이나 분위기에 맞춰 사진을 선별한다. 전후가 뒤 바
                  등을 표현한 것이었다. 반면, <Bamboo Gray>는 사람들에게 쉼을 제공 할      뀐, 진행구조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하는 일은 오래된 자개 문양 프레임 수
                  수 있도록 편안하거나 밝게 표현했다. 대나무 숲에 앉아 대나무의 비릿한 향          집이다. 작품에 사용되는 프레임은 대부분은 경대이지만 벽거울과 장농문
                  을 맡거나, 대숲에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듣거나 때론 바람이 부는 날, 댓잎에         도 있다. 다양한 자개 가구를 전국을 다니면서 수집해서 사용하고 있다. 전혀




                  52




         vol.46.indb   52                                                                                          2017-08-23   �� 6:05:42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