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PHOTODOT 2017년 9월호 VOL.46 S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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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mboo Panorama 01 gelatin silver print.60x30cm.2002

                  Water는 새벽 호수의 수면의 파문을 찍은 사진이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의        로 금호미술관에서의 두번째 초대전을 했다. 그리고 이듬해 영국 런던 메트
                  새벽 호수 수면은 거울처럼 맑고 고요하다. 그 적막을 깨면서 물고기들이 작          로폴리탄유니버시티에 1년간 교환교수로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체류하는
                  은 움직임과 호흡으로 수면에 섬세한 파문과 기포를 만든다. 하루를 깨우는           동안 대숲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대숲이 그리웠다. 귀국 후 담양 대
                  작은 존재의 생명성을 사진으로 표현하였다. 형태를 극단적으로 절제한 작            숲을 가장 먼저 찾아 갔고 강화도로 작업실을 옮기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것
                  품으로 미니멀 사진의 한계를 시험하였다. 외형적으로 보아서는 미술작품             도 대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작품을 떠나서라도 대나무는 싫증이 나지 않았
                  처럼 보이지만 사진적 리얼리티를 갖고 있는 가장 사진적인 정석적인 사진            다. 그래서 작업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이다. 단지 설명적인 모습을 의도적으로 억제하여 사진적 리얼리티를 최소            ‘대나무’ 연작은 <Bamboo Sauare>와 <Bamboo panofama>, 그리
                  화했을 뿐이다. 2008년 상하이 개인전에 시리즈 몇 점이 전시되어 동양의          고 가장 늦게 작업한 <Bamboo Gray>로 나뉜다. 각 각의 차이점이나 촬
                  정신이 작품에 잘 표현되었다는 호평을 받았었다. <Water> 시리즈 3점이         영 방법이 궁금하다.
                  2014년 벨기에 Charleroi Photo Museum에 영구 소장되었으며, 한국사진  ‘대나무’ 연작 초기에 찍은<Bamboo Square>와 <Bamboo Panorama> 연
                  가로는 첫 케이스였다.                                       작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정사각형 포맷과 직사각형 포
                  최병관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Bamboo> 연작은 어           맷의 형식에 따른 공간감의 차이다. 조명을 사용해 밤에 촬영했냐는 질문을
                  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많이 받았는데 인공 조명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낮에 촬영했다. 배경을 어둡
                  사람과의 만남도 특별해지는 때가 있듯, 작품도 대상과의 만남의 때가 있는           게 하기 위해 사진 본질적인 매카니즘의 특성을 활용했다. 대숲은 육안으로
                  것 같다. 가나아트에서 2002년 월드컵 시즌에 맞춰 《한국의 풍경》 사진전         는 한눈에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같이 보여지지만 사진을 찍을 때 밝은
                  을 기획했는데 이 전시에 초대를 받았었다. 전시에 출품할 작품을 고르면서           부분에다 노출을 맞추면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은 필름이 담아내질 못해 배
                  내 작품에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확인           경이 어둡게 된다. 망원렌즈를 사용해 대숲 안으로 깊이 들어가 대나무 한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몇 달 전 사진학과 학생들과 담양 소쇄원에 촬         두 개에 초점을 둔 사진들이 많다. 오후 4시~5시쯤의 빛은 대숲 안으로 깊
                  영 갔을 때 찍었던 대나무가 생각났다. 이전에 여러 번 소쇄원을 방문한 적          이 파고 드는데 이때 마치 핀셋으로 집어 내듯이 빛을 잡아 내었다. 사실 대
                  이 있었지만 그때 비로소 대나무가 눈에 들어와 촬영한 것들이었다. 이 사진          나무를 찍은게 아니라 대나무와 만난 빛을 찍은 것이다. 대나무 높이가 보
                  들로 《한국의 풍경》전에 참여했다. 이후 카메라를 들고 전국 대숲을 찾아 다         통 30~40m라 바람이 완전히 멈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세
                  니면서 사진을 찍어 그해 말  금호미술관에서 “자연시리즈, 선”이라는 주제          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1/60초 이하는 흔들려서 대부분 1/125 이상 빠른 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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