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PHOTODOT 2017년 9월호 VOL.46 S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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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a In Me 06. archival inkjet print. 100x70cm.1998
사진을 처음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작품은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아날로그 방식에 의한
대학에 들어가기 전, 재수할 때 집에 있던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처음 찍기 필름 카메라로 작업한 것이다. 흑백 필름과 컬러 필름을 상황에 따라 사용했
시작했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 ‘어디를 간다’라기 보다는 혼자 어슬렁거리며 는데 필터도 기본 필터인 자외선 방지 정도의 필터만 사용하고 있다. 흑백사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카메라를 옆에 끼고 다니면 의지가 된다고 해야 할 진의 경우 사진인화 대형 사이즈를 제외하고는 모두 암실에서 직접 프린트
까? 아무튼 좋았다.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 결과물을 봤을 때 기분이 를 한다. 사진의 가장 큰 본질은 take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드는 부분을
정말 좋아져서 사진이 나하고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사진을 만 가급적 줄인다. 사진의 정체성을 무시한 채 사진 작품에 기교를 부리지 않겠
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당시에 사진은 친구이면서 동반자 같 다는 생각에서다.
은 느낌이었다. 사진을 처음 접했던 그 느낌이나 감정들이 수 십년이 지난 <Th Sea in me> 작품은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에게 ‘바다’란
지금까지도 지속된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떤 의미이며 작가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작가의 초기 작업으로 첫 개인전을 했던 《최병관 전시회(Galerie Anne 나에게 바다는 어머니와 같다. 모태에 있을 때의 양수와 같은 원초적인 바
Rouff, 1990)》의 작품은 어떤 내용인가. 다, 편안하고 회복시켜주는 그러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바다’ 사진이 나의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당시, 파리의 뒷골목이나 공원을 거닐면서 어느 순간 대표작은 아니지만 각별한 작품이다. 작품 과도기에 형태를 억제시키고 미
대상이 내 마음에 와닿을 때 소소한 모습들을 35mm필름 카메라로 촬영했 니멀한 세계로 들어가는 중간의 접점에 있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 전시를 염두하거나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는 큰 욕심없이 거대한 공간 무엇보다도 다음 작품 <Water>연작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줬다.
이나 화려한 대상이 아니라 편안한 공간이나 시간의 단편적인 모습들을 틈 바다 사진 중 잔잔한 수면만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이것을 보고 <Water> 작
틈히 찍어 나갔다. 그런데 ‘유학’이라는 힘든 상황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마 품의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바다’ 작품 이후 <Water>작품에서와 같이 수면
치고 파리의 작은 갤러리에서 그동안 작업한 것들을 편안한 맘으로 큰 부담 위의 부드러운 웨이브와 선, 미묘한 색, 형태가 완전히 제거 되는 등 미니멀
없이 개인전을 하게 되었는데 감흥이 남달랐다. 한 조형성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되었다.
<Water Color>와 <The Sea in me> 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흑백 <Water>연작은 국내 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사진이다. 아날로그 카메라와 필름을 사용한 정통 흑백 사진인가. 안다. 이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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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6.indb 50 2017-08-23 �� 6:0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