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PHOTODOT 2017년 9월호 VOL.46 S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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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her of  Pearl 03.archival inkjet print.83x79cm.2017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Water Color>는 경이롭고 근원적
                  인 ‘생명의 순환’을 담고 있다. 고요한 새벽, 호수의 수면 위로 작은 물고기들       제된 형태와 아웃포커스(out of focus) 기법은 자연 본래의 ‘구조 미’를 단순
                  의 미세한 호흡으로 만든 신묘한 파동/서클의 생성과 소멸은 반복적인 생멸           화하여 부분을 통한 전체의 암시와 같은 근원적 신비감을 준다. <Bamboo>
                  (生滅)의 순간이 담겨 있다. “아름다움은 자연에 있고 현실에서의 모든 형태         연작은 사진의 본질적 특성에 철저를 기하는 동시에 대상(자연)의 근원성을
                  에서 찾아야 한다”라는 쿠르베(Courbet)의 말을 실감하게 한다. 대상(물) 자     상징하는 양면성을 추구한다. 이는 최병관 사진에 있어 핵심을 이루는 요소
                  체의 물질성과 조형성을 최소화시키는 반면, 작가의 주관적인 감정 개입은            로 사진은 ‘사진’이어야 한다는 지론과 함께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며 흑백
                  최대화시킨 작품이다. 동양자연관과 긴밀하게 결합된 작가의 시선은 극단적            정통사진의 깊이와 묘미를 보여준다. 주로 핫셀블라드 6x6cm 중형카메라,
                  으로 절제된 도형(원)과 색채를 통해 절대형태로서 원(圓)에 대한 사유와 명         4x5Inch 린호프 대형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후 암실에서 은염방식(Gelatint
                  상, 시적인 신비함을 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리얼리티, 미니멀 포토의 극치         Silver Print)으로 직접 인화를 했다. 그의 흑백사진은 관념의 상징이자 하나
                  를 보여준다. 급기야 2014년  <Water> 연작 중 일부가 한국사진가로는 처음     의 기호(sign)로 감정적 언어로서의 의미 부여를 가능하게 한다.
                  으로  Charleroi Photo Museum(벨기에)에 영구 소장되는 쾌거를 안았다.  발표가 기대 되는 신작, <Mother-of-Pearl>은 ‘자개 프레임’이라는 형식주
                  그러나 최병관 작가의 대표작은 단연코 ‘대나무’ 작업이다. <Bamboo>연작        의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전통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작가는 이를
                  은 <Bamboo Square>와 <Bamboo Panorama>, <Bamboo Gray>가 있  작품 프레임(액자)으로 사용한다. 프레임은 주로 자개 화장대와 벽걸이 거울
                  다. 국내에서는 《자연시리즈-선》(2002)을 통해 첫선을 보인 이후 담양 소쇄       등으로 어느 이름모를 장인이 40~70년 전에 만든 것으로 실생활에서 사용
                  원과 경남 진주, 사천 등지를 찾아 다니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나무          했던 것들이다. 특히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사진 제작 방식
                  는 예부터 송죽지절(松竹之節,변하지 않는 절개)을 뜻하고, 송교지수(松喬           과 다르다. 먼저, 사진 프레임을 결정하고 이에 적합한 흑백이나 컬러 사진을
                  之壽,강인한 기상과 기품)를 상징한다. 이를 주지시킨 초기의 ‘대나무’는 일         촬영하거나 기존의 사진에서 선택해 프레임에 넣는 방식이다. 자개 프레임
                  체의 요소들이 배제되며 형태적으로 엄격한, 대나무의 강렬한 ‘선(line)’ 일변      에는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십장생’과 ‘길상문자’가 새겨 있다. 동일한 프레
                  도를 통해 절개와 기상을 차갑게 드러낸다. 반면, 후기의 <Bamboo Gray>      임 형태나 문양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무이(unique)한 것으로 에디션이 하나
                  는 작가 특유의 직관에 따른 은유적 상징으로, 조형적으로는 절제미를 바탕           일 수 밖에 없어 진귀하다.
                  으로 한 선(線), 형(形)을 추구하며 ‘빛’의 향연이 불러온 서정성을 담고 있       최병관 작가는 자연의 본질에 좀 더 가까이 머물고 싶어하는 사진가이며, 조
                  다. ‘빛’은 곧 ‘정신의 표시’라고 했던 플로티누스의 말처럼 ‘빛의 사유’를 여      형적으로는 미니멀리즘에 기반을 두면서 동양적 자연관에 따른 관념적이고
                  실히 보여준다. 다시 말해, ‘빛’을 통해 작가의 삶의 철학을 표현함으로써 이        철학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최근,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 사라져버린 것의 아
                  퀴벌런트를 이룬다. 이는 선(禪·Zen)을 향한 심리에서 비롯되는데 보는 이         쉬움을 붙잡아 어느 이름모를 장인의 수공예 작품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의 마음을 이완시켜주는 대숲 풍경은 사유와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특히 절          최병관 사진가의 일문일답을 통해 사진의 깊은 호흡의 의미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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