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PHOTODOT 2017년 3월호 VOL.40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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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진은 몇 가지 측면에서 주목을 끈다. 그 첫 번째 요소는 단
                  연코 색이다. 김용훈은 사물 자체의 색을 증류한 미세한 색의 스펙트럼으로
                  색/감정의 풍요를 만들어낸다. 또한 작가의 감정 개입을 극도로 제한시킨 절
                  제된 색채는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라는 작가의 정신과 맞닿아 “색의 경험          사진을 처음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은 마음의 심층까지 제재한다”라고 말한 미술사학자 곰브리치의 말을 실감            어렸을 때 막연하게 광고를 하고 싶었다. 광고분야를 잘 몰라서 사진을 찍으
                  케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용훈 사진의 핵심은 〈시대정물〉 사진이 단순한          면 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침 카메라가 집에 있어서 사진
                  정(靜)물 사진이 아닌, ‘정(情)물 사진’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며, 오브       을 시작 했다. 서울예술전문대학교에 입학해 사진을 전공했다. 이후 뉴욕에
                  제(사물) 해석에 자율성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오래된 집게 줄자, 야구공, 주       있는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의 학부를 졸업했다. 한국에 들어와 CJ 등에서
                  사위, 칫솔 등의 사물은 개인의 추억 뿐 아니라 어느 한 시대의 압축물이거          광고사진 일을 하면서 홍익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갔다. 대학원에서 파인아트
                  나 문화현상의 강제된 보편성에 내몰리는 사물과의 조우이다. 평범한 가치            과제를 하게 되면서 사진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로 손때 묻은 온갖 사연들이 뒤덮인 사물이며, 사물 ‘저 너머’ 초월적인 것이        첫 개인전인 《A Priori of Entity》(2006년)을 시작으로 여섯 번의 개인전
                  아닌, ‘저 아래', ‘소소한' 가치와 맞닿아 있는 사물이다. 그러기에 이질적 대      을 한 것으로 안다. 지금까지 주로 어떤 작업들을 했나?
                  립각을 세우거나 ‘낯설게 하기'를 통한 연상작용을 구사하는 초현실주의적            첫 번째 개인전인 《A Priori of Entity》은 ‘꽃’을 통한 선험적 아름다움에 대
                  오브제가 아니다. 따라서 지시적이거나 억압적이지 않는 보편적 감성에 의            한 이야기였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교육이 아닌 본능적인 감정
                  한 일상의 시선이다.                                        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에서 진행한 작업이다. 두 번째 작업 《The Portrait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정물〉은 일종의 기호범주 내에 존속하는 사물              of Flower》는 작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점차 꽃에 대해 알게 되는 것들이 많
                  로 사회 문화 현상과 맞물려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이는 철학자 자크 라캉          아져 꽃의 초상을 담고자 했다. 그리고 세 번째 개인전 역시 〈꽃〉 작업으로
                  (Jacques Lacan, 1901~1981)의 말처럼 인간의 욕망은 개인적이지 않으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전시회를 바친다는 의미에서 “Tribute to Her”란 제
                  며 사회적 관계의 산물로 사물은 그 시대의 사회상을 대변할 수밖에 없기 때          목으로 하게 됐다. 꽃은 기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드리는 것
                  문이다. 따라서 〈시대정물〉 사진은 보는 이에 따라 ‘욕망의 초상’일수도 있         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네 번째 개인전 “Emotion to Emotion” 역시 꽃을
                  겠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노스텔지어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소재로 한 작업이었는데 돌연 2014년 정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시대정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김용훈 역시 어머니에 대한          물(‘時代情物)〉 작업은 잊혀졌거나 또는 잊혀지게 될지도 모르는 한 시대를
                  그리움이 단초가 되어 롤랑 바르트가 말한 노에마(그것은-존재-했음)의 가           담고 있는 사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사진에 담아보려고 했다. 이후의 개인전
                  슴 아픈 표상은 아닐까? 이제, 김용훈의 ‘발견된 오브제’의 세계로 좀 더 들        《오색찬란》은 또다시 ‘꽃’을 소재로 한 것으로 ‘꽃’이 가지고 있는 색감에 보
                  어가 보자.                                             다 집중한 작업이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꽃과 정물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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