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월간사진 2018년 10월호 Monthly Photography Oc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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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정엽, 나의 작업실 변천사1985, 트레싱지 위에 잉크, 41x 58cm, 2005 정정엽, 나의 작업실 변천사2002, 트레싱지 위에 잉크, 41x 58cm, 2005  정정엽, 나의 작업실 변천사2016, 트레싱지 위에 잉크, 41x 58cm, 2016












                            나의 작업실 다이어리
                            정정엽

                            한 중견 미술가의 삶과 작업 여정이 여실히 묻어나는 작업실 드로         모습, 세탁소 건물 작업실에 걸어놓은 빨간 작업복… 즉흥적으로
                            잉이다. ‘여성예술가의 정체성’, ‘소수에 대한 성찰’ 같은 심각한       쓱쓱 그린 것 같은 드로잉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기억
                            주제를 다뤄온 그녀의 회화작품과 달리, 드로잉만이 가진 간결하          과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집에서 결혼자금을 미리 받아
                            면서도 유머러스한 매력이 돋보인다. 마치 누군가의 사적인 일기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벌건 대낮 두 눈 버젓이 뜨고
                            장를 엿보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현재 안성 미리내에 위치한 작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켜보다’, ‘안성 작업장에서의 5년의 작업
                            업실에 정착하기까지 정정엽은 33년 동안 무려 15차례 이사를          으로 <벌레(Bug)> 개인전을 연다’ 등 그림과 함께 손으로 직접 적
                            다녔다고 한다. 딱 맞는 작업 공간을 얻기 위한 그 기록들을 따라        은 글에는 작업실에 얽힌 추억과 사연, 사회적인 이슈까지도 담겨
                            가다 보면 생동하는 정정엽의 시간들을 만날 수 있다.               있다. 정정엽은 이 작업을 <나의 작업실 변천사 1985-2017> 전
                            시리즈는 1985년부터 2017년까지 1년씩을 한 장으로 기록한         시를 통해 공개했다.
                            34점의 드로잉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혜화동         정정엽에게 작업실이란 한마디로 ‘머뭇거리고 서성거릴 수 있는
                            에 화실 겸 작업실을 얻었던 설렘의 기억부터 이리저리 치이고 옮         공간’이다. 긴 세월 동안 혼자 망설이거나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
                            기면서 지금의 감개무량한 작업장을 얻기까지 ‘작업실의 변천과           을 허락했던 곳, 가능성을 찾아 두리번거렸던 곳. 그녀는 우리 모
                            정’을 담았다. 밤샘 작업으로 침낭 속에서 눈을 붙이는 작가들의         두에게 각자의 ‘작업실’이 있길 소망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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