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월간사진 2018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Ma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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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139)마이카메라-임지원(2p)-최종OK_월간사진 2018-02-22 오전 5:27 페이지 139
자연스런 인물 촬영에 제격
캐논 5D MarkⅡ
캐논 5D MarkⅡ는 임지원이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구입했던 카메라다. 디지털카메
라는 필름카메라보다 셔터 소리가 작아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내기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생겨 새로운 색감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
도 한 몫 했다. 캐논 5D MarkⅡ는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카메라였다. 오른쪽 <소
녀>는 5D MarkⅡ로 축제 촬영을 하다가 ‘비록 겉모습은 강렬하고 화려하지만, 내면
은 여릴 것 같다’는 그의 ‘촉’이 발동돼 찍은 사진이다. 인물이 지닌 미묘한 분위기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이러한 미묘함을 포착할 수 있게 된 건 일본에서의 아르바이트
경험 덕분이다. 시부야와 하라주쿠 등지에서 스트리트 패션사진을 찍을 때 많은 사람
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제는 얼굴 표정과 패션스타일만 보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임지원은 말한다. <소녀>
오직 한 장뿐이라는 희소성이 매력
후지필름 인스탁스 미니 25
임지원은 느지막한 나이에 결혼을 했다. 신혼 초기 그는 자신과 백년가약을 맺은 부인에게 고
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 본 사진집이 떠
올랐다. 그것은 늙어가는 자신의 얼굴, 자녀를 위해 싸준 도시락 같은 일상의 모습을 매일 한 컷
씩 찍어 만든 사진집이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양승우, 마오 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였
다. 그길로 후지필름 인스탁스 미니 25를 구입했다. 화사한 색감과 오직 한 장만 간직할 수 있
다는 희소성에 그의 마음이 동했다. 그때부터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마다 그 마음을 한 장
의 폴라로이드 필름에 담기 시작했다. 임지원은 그 사진들을 고이 간직한 뒤 사진집으로 엮을
예정이라고 한다. 시간이 흘러 마주하게 된 사진집에서 부인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얼마나
더 달콤해져 있을까.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닭살이 돋는 걸 보니 곧 봄이 오긴 오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