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PHOTODOT 2017년 6월호 VOL.43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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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풍경, Anti-landscape 839-40                         반풍경, Anti-landscape 839-2


                         아름다운 ‘반풍경(Anti-landscape)’                                   반풍경 (反-풍경)
                  정동석 작가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느 작가들
                  과 보는 것에 차이가 있다면 그는 ‘내면의 그것’를 보고 느끼고 만났던 체험                            나 누구인가
                  을 통해 대상을 본다는 것이다. 작가 역시 자신의 경험과 관점이 분명하게                              괴로운 날들
                  연결되어 있다고 여긴다. 정동석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도 세상을 그만                                 꿈속인지
                  의 눈으로 관조하고 포착한다.
                                                                                        어둔 머릿속
                  온전히 내면에 집중한 〈꿈꾸는 세상〉 이전 작업들을 보면 작가의 시선은 줄
                                                                                         스친 분단
                  곧 세상을 향해 있다. 1980년대 작업한 〈반풍경〉(1983-1989)에서는 분단의
                                                                                       눈떠 보니 나뉜
                  현장을 흑백의 정적인 풍경으로 담아냈다. 그는 분단의 고통과 통일의 간절
                  함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하여, 일상의 이면으로 소외된 해변가 철책선, 방호                              남남 북북
                  벽, 초소 등 분단을 인식시키는 풍경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7여 년 분단의 현                          붙박혀 있구나
                  장 곳곳을 관찰한 작가는 사방이 완전히 폐쇄된 나라에 갇혀있는 우리의 현                              이 하늘 이 땅
                  상황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현장을 ‘처절하게 아름답다’고 표                            줄긋고 담치고
                  현하기도 했다.
                                                                                       그곳에 하는짓
                  한편, ‘반풍경(Anti-landscape)’이라는 작품의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모두 자기에게
                  정동석은 풍경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전복시킨다. ‘풍경은 아름답다’는 미
                                                                                       하는 짓인 것을
                  적 관점이 오랜 시간 관념화되어 있는 우리에게 시각적으로 건조하고 황량
                  한 풍경을 제시하여 그 관념을 뒤집는다. 평론가 박찬경은 이러한 점에 주목                            비무장지대 안
                  해 “정동석은 ‘그림 같은’ 풍경의 죽음을 찍는다”고 언급하며 나아가 “이미                           초막 하나 있어
                  죽어있는 풍경을 찍는다”고 단언한다.                                                    살고지고
                  그럼에도 정동석이 포착한 풍경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작가의                                에헤라
                  눈에 비친 풍경에 세상의 변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지,
                                                                                       거둬낼 것 있어
                  또 그러한 마음으로 풍경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지 조심스레
                                                                                        힘이 솟누나
                  헤아려본다. 있는 그대로 이 땅의 현실을 확인하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힘이 솟누나
                  계속하여 대상을 바라보는 것, 그 행위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그
                  의 〈반풍경〉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정동석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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